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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기쁨 - 지금 우리의 식사는 즐거운가?
애덤 고프닉 지음, 이용재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매일 먹는다. 그러다 보니 먹는다는 것 자체가 지겨울 때가 있다. 매일 삼시세끼는 다가오는데 오늘 저녁은 또 뭘 먹나.. 그것때문에 차라리 직장을 나가서 사먹고 싶을 정도이니 나도 참 주부가 맞지 않는다. 하는 것보다 맛을 보는 것이 더 좋은 미식가 타입인데...요즘은 남자들이 요리를 할 줄 아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이 책 <식탁의 기쁨>도 애덤 고프닉이라는 요리를 할 줄 아는 남자가 쓴 음식과 재료와 여행과 인문학적인 글쓰기의 미식에 관한 책이다. 물론 전문 요리사처럼은 못해도 어머니가 해주셨던 수플레를 재현해보려고 노력할 줄 아는 남자다. 제대로 된 수플레는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요리처럼 코스로 나오는 요리들을 좋아하는데 거의 먹을 수가 없다.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을 할라치면 너무 비싸고 그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무용지물. 그래서 이 책 <식탁의 기쁨>으로 그 기쁨을 대체할 수 밖에 없었다. 뉴요커이지만 프랑스 요리를 사랑하고 프랑스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 요리 에세이나 여행 그리고 음식에 관한 에세이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까칠한 뉴요커인 그가 쓴 이 책을 읽자면 진정한 미식가란 이런 사람이겠구나 싶다. 음식과 문화를 접목시켜 그가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황홀한 재료의 천국이다. 그것을 또 맛있게 조리해서 우리앞에 우아하게 펼쳐놓는다. 마리 앙뜨와네트의 이야기에서 팔레 루아얄의 레스토랑들 이야기, 미셀 푸코와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의 논쟁까지. 결코 스마트폰 따위를 하면서는 읽을 수 없는 책이다. 나도 처음에는 책을 진지하게 읽기가 어려워서 무척 책이 어려운 줄 알았다. 아이들이 개학을 하고 드디어 제대로 읽어보는 순간 갑자기 겨울에 떠났던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정신이 이동하는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이 책의 말미에선 바르셀로나로 디저트를 맛보러 떠난 여행기가 적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19세기 엘리자베스 페넬이라는 여성이 쓴 요리책 내지는 레시피와 음식에 관한 책에 푹 빠져든 모양이다. 그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거기에 마르셀 프루스트까지 등장한다. 결국 그는 비밀 재료라는 책의 곁가지 챕터에서 엘리자베스 페넬에게 쓰는 편지 형식에서 비밀 재료에 대한 이야기도 맘껏 쏟아붓는다. 안초비, 베이컨, 양고기, 샤프란, 계피, 감자, 소금, 설탕 등등등..그녀가 저세상에서 이 편지를 받아본다면 어떤 토론을 벌일지 왠지 편지만 읽어보아도 상상이 된다. 요리나 외국 특히 유럽의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곤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문학을 접하고 좋아하고 또 유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화려한 재료와 음식과 요리에 관한 용어에 압도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반짝이는 눈으로 이건 이거구나 저거구나 하면서 새로운 지식의 향연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피노 누아같은 와인 이야기나 수플레 같은 가정식 그리고 오믈렛의 장인이야기 등등..
베르네이즈 소스를 예를 들어보면 녹인 버터 한 덩이를 달걀 몇 개에 흘려 놓고 거품기로 저어주면 되는데 여기서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살사 베르데를 만든다면 안초비 한 줌에 올리브기름을 한컵에 더해 똑같이 거품기로 저어주면 되는데 재료는 바뀌지만 요리의 궁극적인 결과물에 대해 품는 희망은 바뀌지 않는다는 대목에 공감한다. 셰프들의 으깬 감자요리에 감자가 800그램이라면 거기에 680그램이나 되는 크림과 버터가 섞이는 지는 우리는 알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매일 이런 식으로 요리한 요리를 먹게 된다면 셰프들도 우리에게 알려 줄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오노레 드 발자크의 잃어버린 환상같은 문학이야기까지 몇 페이지에 한번씩 무차별적으로 등장하는 인문학적인 소재들은 그 자체로 무척 매력이 있고 이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지식의 보고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너무나 재미있었지만 처음에는 쉽게 책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었던 점 하지만 제대로 집중해서 읽기 시작하면 매우 즐겁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