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에 관하여
안현서 지음 / 박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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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16살에 나이에 이 소설을 여드레만에 썼다고 한다. 2014년 여름에. 그 여름은 그녀에게 대체 어떤 여름이었을까. 비범한 그녀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단순히 공상을 즐기는 여고 1년생을 넘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지긋이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하니 이런 소설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린 학생이 쓴 글이라는 사실을 모른채 블라인드 테스트로 이 글을 읽었다면 나는 여고생이 쓴 책이라는 사실을 깨닫을 수 있었을까. 어딘지 모르게 풋풋하고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부분들을 곳곳에서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줄거리를 만들고 씨줄과 날줄을 엮는 솜씨에서 나는 아마 깜빡 속았을 것이다.

 

챕터 1은 개가 있었다. 챕터 2는 고래를 찾아서, 챕터 3는 트레인 티켓, 에필로그에서는 A씨를 만나다로 구성된 연작소설형태이다. 제목인 <A씨에 관하여>는 이 책 전체를 꿰뚫는 아주 적확한 제목인 것을 다 읽고 나서 비로소 깨닫을 수 있다. 요즘 드라마에서는 다중인격이 화두인데 이 책의 첫부분 챕터1을 읽으면 이 소녀는 지금의 트랜드를 정확히 알고 쓴 것 같다. 한 소녀가 있고 그녀에게 시간별로 나타나는 개, 노인, 어린아이, 철학자, 염세적인 남자, 살인자는 그녀를 기쁘게도 하고 아주 진저리치게도 한다. 앞에 개와 노인과 어린아이와 만나는 주인공 소녀의 대화 자체가 아주 심리적이고 철학적이다. 그리고 철학자 염세적인 남자 살인자와 나누는 대화나 사건들도 또다른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소설속에서 풀어낸다. 어떻게 보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잘 그린 소설같기도 하고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한 아이의 다중인격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염세적인 남자는 킬미 힐미에서 지성이 맡은 신세기같은 캐릭터처럼 야수같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니 말이다.

 

챕터 2의 고래를 찾아서는 살짝 지루할 수도 있는 묘사가 이어지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꿈인지 생시인지 고래를 만나고 물 속에서 헤매게 되는 장면들이 손에 잡히는 것처럼 세세하고 생생하다. 게다가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이야기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반전과 관련있는 일본소설을 나는 읽었었는데 이 작가소녀는 그 책을 전혀 알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이 책의 말미에 작가와의 인터뷰가 실려있어서 읽어보았다.) 어쨌거나 챕터 2와 3를 지나 에필로그까지 이르러 도시전설같은 A씨가 누구인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완벽하게 귀결이 되는 걸 보면 이 소녀의 솜씨가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녀가 성인이 되서 어떤 소설들을 쓸 지 정말 기대가 되는 새싹이 나왔다. 일본소설을 보면 미스테리 순수 로맨스 반전들이 섞인 그러면서 결말이 감동이 있는 그런 따뜻한 소설들이 인기도 많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소설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소녀가 그 한 몫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올해 구상하고 있다는 소설은 또 어른들을 어떻게 놀래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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