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학 수업 - 우리가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에리카 하야사키라는 저널리스트의 책. 죽음학 수업은 첫 시작부터 강렬했다. 에리카의 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하는 끔직한 사건을 겪은 것이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그것도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닌 사고사나 살인같은 인한 죽음을 지켜봤다면 가족이 아니더라도 그 트라우마는 꽤 오래가고 또 무거울 것이다. 에리카도 급우의 갑작스런 죽음이 가져온 파급이 아마도 컸으리라. 책에서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책을 기획하게 된 이유가 친구 때문이었고 죽은 이에게 편지를 쓰게 되는 첫 모임에서 바로 죽은 친구에게 편지를 썼으니까,.. 이 책에서 에리카는 죽음학 수업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한 여교수를 찾아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가까이서 그녀를 만나고 인터뷰하고 모임에도 참석하고 그녀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어찌 보면 한편의 소설같아서 르포르타쥬같기도 하고 '이야기하듯' 구성하는 내러티브 저널리즘이라고 하기도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노마 보위 교수는 젊은 시절 간호사로 시작하여 꽤 오랜 시간을 간호사로 보내고 생각하는 바가 있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였고 공중위생정책학 박사로 보건행정 분야의 석사학위를 가진 공인 간호사이자 뉴저지주 유니언의 킨 대학교의 종신교수이며 그녀의 '긴 안목으로 보는 죽음' 은 수강 대기자만 3년치가 쌓여 있을 정도라고 한다. 저자인 에리카는 저널리스트로서 그녀를 따라다니며 그녀의 수업을 듣는 체험을 상세히 기록하고 그러자면 학생 입장에서 수업에도 참여해야만 했던 것이다. 실제로 그녀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에는 가족중에서 아직도 죽음으로 위협하는 가족이 있어서 노마가 제자나 혹은 그의 가족들을 구해내고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에 가도록 하는 일까지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 책은 그러한 모든 일들의 기록이다. 게다가 노마 교수 자체의 엄청난 인간적인 매력으로 노마 교수의 집에서 그녀를 본다던지 그녀의 따뜻한 보살핌을 제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직접 보기도 하고 죽음학 자체에 대한 깨달음도 얻을 수 있는 그러한 특이한 책이었다. 흔히 사고사로 즉사하는 것 말고 죽음에 이르는 단계가 복잡하기도 하고 사람이 아주 쉽게 그냥 죽는 것이 아닌 특이한 죽음 이전의 호흡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죽음에 대한 생각도 늘어가고 죽음이 이제는 아주 멀리 있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화라는 과정을 자연스레 겪으면서 말이다. 어떻게 하면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죽는 날까지 잘 살 수 있을지 죽을때에는 어떻게 해야 잘 죽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되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무시무시한 죽음 앞에서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과 친구들이 그 고통을 어떻게 짊어지고 나누고 치유해 가는지 낱낱이 읽어가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노마 교수의 그런 여러가지 인간적인 모습들은 단순히 나이들어갈수록 편해지고 나만 편하면 되지 하는 나약함을 일깨우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속의 한 사람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것이 품위있는 삶이고 결코 부끄럽지 않은 삶일 것이다. 지금부터 어떻게 내 안의 분노를 잠재우고 잔소리를 잠재우고 나를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편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죽음학 수업을 읽으면서 반대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노마 교수와 그녀를 잘 취재하여 좋은 저서를 낸 에리카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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