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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ㅣ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다 읽고 나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소설. 요즘은 엔딩이 훈훈하고 따뜻한 소설들이 좋다. 일본 소설들 중에서는 이런 류의 소설들을 읽고 나면 늘 기분이 좋은데 예전에 읽었던 '배를 엮다'나 '카모메 식당'같은 소설들이 그렇다. 이 소설은 특히 나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여주인공이 같은 사십대로서 읽혀지는 공감대가 있었고 엄한 엄마에게서 드디어 독립하는 모습들이 꽤나 전투적이어서 물론 나의 어머니는 저렇게 심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나는 지금으로치면 꽤나 어린 스물여섯에 결혼해서 나가버린 여자. 엄마의 잔소리가 싫어서라고 해놓고 나는 또 나의 자녀들에게 남편에게 폭풍잔소리꾼이니 엄마의 피가 어디 가겠는가.
암튼 연꽃빌라의 여주인공은 마흔 다섯이란 나이에 드디어 엄마로부터 자유를 찾는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 또 중산층의 상징인 단독주택의 대출을 갚기 위해 일만 했던 아버지는 집의 대출을 거의 갚음과 동시에 55세란 젊은 나이에 돌아가시고 아마 그 계기로 주인공 교코는 그때부터 독립을 위해 모든 준비를 했을 것이다. 마흔 다섯의 나이에 앞으로 몇십년은 한달에 십만엔만 쓴다면 버틸 수 있는 저축을 해놓은 그녀. 대단하다. 젊음도 결혼도 금방 지나가 버리고 그녀는 혼자만의 삶을 위해 젊은 시절을 보내버렸다. 이런 인생도 저런 인생도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 자신이 최선을 다해 좋다고 생각할만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젊을 때든 중년의 나이이든 다 가치가 있는 일이다. 어서 서른이 지나기전에 결혼을 해야한다거나 빨리 아기를 만들어야한다거나 하는 것은 세상의 잣대이고 주변 사람들의 종용일 뿐이다. 왜 자신의 삶도 아니면서 감내놔라 배내놔라 하는지 원.. 이 소설을 읽다보면 자신의 힘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 이토록 중요한 것이구나 하는 것들을 생각케 한다.
교코의 어머니는 여전히 멋진 집과 정원을 쓸고 닦고 조이고 꽃꽂이를 배운 솜씨로 집안을 아름답게 꾸미고 자녀인 교코와 그의 오빠를 자신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지만 교코는 그런 엄마의 품을 떠나 자신만의 삶을 살기고 결심하고 월세 3만엔짜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시대에 3만엔짜리 빌라를 키어코 얻게 된다. 생각보다 풍광도 좋고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는 빌라였지만 역시나 장마철에는 곰팡이의 엄청난 습격이 또 여름에는 모기떼들이, 겨울에는 상상할 수 없는 웃풍이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 곳이어도 교코만의 센스있는 차림에 음식에 소박한 것들로 소비하는 그녀. 그 작은 방에선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도 필요가 없다. 생각해 보면 우리집에도 자질구레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번 날을 잡아 나도 정리를 해버리고 싶다. 연꽃빌라에서 알게 된 구마가이씨와 옆방에서 폭력식당에서 음식을 배우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이토군, 외국인만 좋아하는 또 옆방처녀 고나쓰. 어느새 친구는 아니지만 이웃사촌같은 의미있는 사람들이 되고 서로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다. 조카인 레이나가 놀러 오고 싶어하는 연꽃 빌라는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지는 의미있는 공간이 되었다 나에게도 소설에서만 있지 않은 어딘가에 있을것만 같은 공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