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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 - 20세기를 뒤흔든 모델 살인사건과 언론의 히스테리
해럴드 셰터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이라는 무시무시한 제목과 함께 그로테스크해 보이는 표지가 도대체 어떤 사건일까 하는 궁금증을 일으킨다. 1930년대 뉴욕의 빅맨 플레이스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왜 그렇게 많았던지.. 하긴 우리네 사는 곳에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니 1930년대라고 해서 다르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는 그렇게나 흉폭한 사건들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빅맨 플레이스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신문기사에 크게 보도되었다. 저자인 해럴드 세터가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당시를 손에 잡힐 듯 세세하게 복각해냈다고나 할까. 이런 류의 르포르타쥬 문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가 생각나는 책이었다. 범죄자의 심리 그리고 세세한 범죄의 현장, 마치 범죄자의 마음까지 아는 듯한 문학속에 빠져들다 보면 살인자의 어린시절을 알게 되면서 알 수 없는 연민마저 느끼게 된다. 그런 환경에서 자랐으니 제대로 된 심성을 가질 수가 없었겠지 하는..로버트 어윈이라는 천재 조각가가 일으킨 모녀 살인사건에 그집에 살던 하숙인까지 3명을 살해한 다중살인사건을 보여주기 위해 빅맨 플레이스에서 벌어진 이전의 범죄들을 먼저 보여주고 있다. 그 사건들 자체가 묘한 데다 로버트 어윈이라는 미치광이 조각가의 살인사건을 보여주다보니 실제 벌어진 일임에도 소설적인 느낌이 든다.
실제 사건은 거의 2장부터 바로 시작된다. 로버트 어윈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부터 시작되는데 그 부모들이 정상적인 따뜻한 가정을 꾸릴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면 이런 사건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녀들을 방치하고 아버지나 어머니나 종교에 빠져서 아버지는 주색잡기까지..아이들이 굶기 일쑤였고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다. 로버트 어윈뿐 아니라 형과 동생도 늘 말썽을 부려 감옥을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이었다. 로버트 어윈은 타고나길 정말 머리가 똑똑했는데도 이러한 환경때문에 예의바르다가도 순식간에 사람들을 때려눕히는 분노조절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발작적인 일들도 많이 벌였다. 나중에 벌어진 살인사건 이전에 살인사건이 없었다는 사실이 다행일 정도로 언젠가는 사고를 칠 위인이었다. 본인이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면서 조절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십대의 잘생긴 청년은 결국 29세에 엄청난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아마도 정신분열증도 심하게 앓았던 것 같다. 늘 초인적인 이상한 이야기들을 혼자서 떠들기 좋아했기 때문이다. 잘생긴 청년이 입만 열면 자신의 망상을 이야기하는 사람이었으니 주변의 사람들이 얼마나 이상하게 봤을까. 게다가 천재적인 조각가이기도 했는데 이런 면 때문에 그래도 사람들은 폭발하길 좋아하는 매력적인 젊은이로 봤나보다.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고 그 집착이 부른 범죄는 결국 그가 도망치게 되면서 더욱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게 된다. 그가 잡히는 과정도 아주 극적이었다. 르포르타쥬 범죄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로버트 어윈의 하루하루가 책을 엄청나게 읽어댔던 그의 모습이 결국은 이렇게 안타까운 결과가 되어서 정말 안타까운 젊은이였다. 다시 한번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그렇게 방치하는 부모를 대신해서 정부가 좋은 지원을 했더라면.. 현재에나 과거나 이런 일들은 되풀이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