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평점 :
밤의 이야기꾼들. 서로 연결이 되는 단편집이라고나 할까. 한 남자아이가 부모님과 캠핑을 하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불어난 물에 부모님을 잃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소년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본편에 해당하는 밤의 이야기꾼들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자기소개서만 50장을 쓸 정도로 취업이 안되고 있는 대학졸업생 주인공은 어느 날 도서관에서 전화를 한 통 받게 된다. 도서출판 풍문이라는 곳에서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면서 면접보러 오라는.. 다단계가 아닐까 사기꾼들은 아닐까 걱정을 하면서도 끌리듯이 들어간 곳은 북가좌동의 아담한 2층 양옥집. 잘 정돈된 정원을 지나 사무실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선 아 적어도 도를 아십니까 같은 이상한 곳은 아니구나 라는 느낌이 왔다. 독자임에도 안심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이렇게 운명처럼 입사하게 된 곳에서 월간 풍문이라는 잡지를 정기구독자들에게 포장해서 보내는 일을 두달여 하다가 드디어 처음 취재다운 취재를 하게 되었다. 귀신의 집이니 외계인이니 유에프오니 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을 취재해서 펴내는 잡지였던 것이다. 이번 취재는 대호 선배라는 사람과 함께 목련 흉가라는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듣고 오는 것이었다. 바로 밤의 이야기꾼들이라는 모임이었다. 매년 한번씩 열리는 이야기대회같은 것인데 여기에서 듣게 되는 이야기들의 실제는 발설하거나 경찰에 신고해서도 안되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듣게 되는 놀라운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곧바로 이야기속으로 끌어들인다.
즉 가독성 하나는 아주 괜찮은 책인 것이다. 이 이야기들은 인간의 무서움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말 그대로 빙의같은 호러무비 같기도 하고 서글픔까지 버무러진 3단 콤보랄까. 정상적인 사람들이 이상한 상황을 만나고 이상하게 변해가는 모습들이 다른 어떤 것보다 더 끔직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아무 의미도 없이 끔직한 이야기들인 것만은 아닌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그 속에는 사람다움이라는 기본적인 아름다움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다움을 저버리게 하는 극한적인 상황들이 바로 인간세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더욱 무서웠다. 기본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물질만능의 세상에서 부자들의 역습에 흔들리지 않을 소시민이 되는 경제적으로도 건강한 사회가 되야한다는 것이 느껴져서 그저 여름날의 호러라고만 치부하고 싶지는 않았다. 혼자 살아남은 아들은 예정에도 없던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죽은 부모님의 마음과 손길을 어깨에 느끼게 되는데 너무나 슬프기도 했다. 밤의 이야기꾼들의 2탄은 어떤 이야기들일지 궁금해진다. 작가가 또 쓰게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