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악인'으로 유명한 작가여서 꼭 한번 읽어봐야지 했었는데 이 작품을 먼저 읽게 되었다. 요시다 슈이치는 분명 남자인데 이 책은 마치 여성작가가 쓴 것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을 잡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는데 추리소설이 아님에도 특유의 긴장감과 결말이 너무나 궁금해져서는 한번에 읽을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독자인 내가 이 책의 주인공 여성과 비슷한 연령대여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다. 요즘 여성 마흔초반의 나이는 참 애매한 나이이다. 우리 엄마때를 생각해 보면 마흔이 넘은 여성은 마치 오십이 넘은 여성과 별반 다를 게 없었는데 내가 직접 마흔의 나이에 입성해 보니 그 시절보다는 훨씬 젊은 감각과 젊음을 유지하고 사는 사람들도 많고 아직은 그냥 그런 아줌마이기를 거부하고 싶은 나이이다. 대부분의 여성이 결혼을 해서 아이가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다니고 있거나 이제 아이를 낳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여자보다는 엄마가 더 어울리는 나이랄까. 아이의 엄마도 아닌 이 소설의 주인공이 겪게 되는 일들이 그래서 더욱 신선했고 예의주시하게 되었다.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서 지난 세월 제법 유지를 거쳤던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넓은 집과 정원을 가진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모모코는 남편인 마모루에게 지극정성을 다하는 주부이다. 하지만 그냥 주부인 것만은 아니어서 문화센터에서 비누강습을 하고 있는 능력있는 여성이다. 소설속 대화들을 보며 유추해 보건데 아름다운 여성이기도 하다. 시부모님과 한집에서 살지만 부지가 넓어서 안채와 별채로 나뉜 공간에서 별채에서 아들 부부인 모모코 부부가 살고 있고 본채에 시부모님들이 살고 있는데 매일 아침마다 마을을 가로질러 버려야 하는 쓰레기장에 어머님의 음식쓰레기까지 함께 버려준다. 각자 남편의 식사를 챙기는 모습이 매우 신기했다. 그러다가 아버님이 쓰러지는 일이 생기자 모모코의 음식을 곧잘 함께 드시게 된 어머니.. 요리도 수준급인 모모코는 대체 어떤 비밀을 안고 있을까. 마모루는 같은 직장의 어떤 젊은 아가씨와 바람을 피운다. 그 아가씨는 아기를 가졌다. 모모코가 훨씬 미인이고 요리도 잘하고 마모루에게 넘치는 여자인데도 이상하게 마모루는 바람을 피우고 모모코에겐 별로 미안한 감정도 없는 것 같다. 상대 여성에게만 신경쓰고 잘 해주려고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어 왜 이럴까 정말 궁금해졌다.

 

모모코에게 왜 저렇게까지 차갑게 해야 하는거지? 자신있던 모모코는 남편의 반응에 점점 이상해져가고.. 집안에서 후처로 살다 죽어간 한 여인의 그림자가 드리우는데.. 모모코는 그 여성에 빙의된 것일까. 방화범이었을 수도 있던 집안의 그 비밀스런 여인의 이야기를 듣고 현재 일어나는 연쇄방화범으로 스스로 모모코는 자신을 의심하게 이르르고.. 소설은 마지막을 향해갈수록 걷잡을 수 없이 모모코를 벼랑으로 몰아넣는다. 어머님도 마모루의 편으로 돌아서고 오히려 모모코를 무서운 여자를 보는 냥 무서워하고 내치기만 한다.. 내가 모모코였어도 견딜 수 없었을 것 같다. 모모코도 사실은 어떤 비밀을 안고서 결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사랑에 난폭해 질 수 밖에 없는 모모코의 일상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을때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요시다 슈이치의 다른 작품을 아무래도 차근차근 하나씩 읽어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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