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어웨이 - 도피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의 가장 황홀했던 그날
앨리스 먼로 지음, 황금진 옮김 / 곰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앨리스 먼로의 단편집을 읽고 있노라면 시간이 잠시 멈추었으면 한다. 해야 할 설거지도 점심식사도 빨래돌리기도 잠시 멈추었으면.. 마침 아이들 방학이라 할 일은 많고 잠자코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나마도 책을 읽기전에 스마트폰이라도 들었다가는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간다. 그럼에도 런어웨이를 읽는 그 순간만큼은 가장 행복했다. 앨리스 먼로의 책에서도 늘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혼자 고고한 여성은 없다. 그녀들도 살림을 하거나 직업을 가졌거나 늘 생활을 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녀들이 갖는 감정들이나 감상들은 너무나 특별하다. 마치 빨간머리 앤이 혼자서의 상상놀이 속에서 특별했던 것처럼. 생각이란걸 하는 사람들은 늘 특별하다. 스맛폰이 가져가버린 것들은 많단다. 전두엽이 활성화하지 못하게 하고 그냥 들어오는 정보들을 다시 요약재처리하지 못하고 그냥 흘러버리는 수준이라 생각이란 것을 할 수가 없단다. 그럼으로 이렇게 책을 읽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행복한 시간인데 현대인들은 좀처럼 오롯이 책을 읽을 수가 없으니 이놈의 휴대폰을 없애던지 해야지 원..재앙에 가깝다.


암튼 그만큼 앨리스 먼로의 소설들은 내게 생각이란걸 하게 해주고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런어웨이를 읽으면서는 전혀 스릴러가 아닌데도 스릴러를 읽는 것처럼 긴장이 되었고 결말이 궁금했다. 남편과 말과 함께 하는 삶. 그리고 실비아. 그녀는 볼이 발그레한 젊은 여성이 그립고 모성애가 느껴졌으며 아름다운 그녀를 보는 것이 아마 삶의 낙이였을 것이다. 이내 현실로 돌아왔지만..런어웨이가 주는 황홀한 독서는 역시나 이 단편이 표제작이 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지는 <우연>은 줄리엣이라는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연작되는 단편인 셈인데 <머지않아(Soon)>, <침묵>으로 이어지는 줄리엣이라는 여성이 어떤 유년 시절을 보냈고 어떤 남자를 만났으며 어떻게 친정으로 돌아와 지냈는지 친정엄마는 얼마후에 돌아가셨는지 그리고 그녀가 낳은 아이는 또 어떤 인생을 살게 되는지 기이하면서도 보통의 사람의 삶이면서도 무척 특이한 삶이었다. 고달프고...어부였던 남편은 어느날 풍랑에 죽게 되고 바닷가에서 화장을 하게 되며 그녀는 책에 파묻혀 지내다가 방송인으로 살게 된다. 그러다...어떻게 갑자기 자기가 낳은 딸이 스무살이 되어서 알 수 없는 종교에 가입하고 6개월 정도의 피정을 생각하면서 가출한 딸이 15년 이상 아무 연락없이 사라질 수가 있는지. 나중에 알게 된 딸은 무려 다섯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고 교복을 사려고 했다는 점에서 돈이 많이 드는 사립을 보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점이 뭔가 배신을 때렸다. 도대체 무엇이 엄마에게 연락을 끊고 살게끔 한 것일까. 그녀도 결국 속물이었고 무언가 엄청난 종교인이 되어있던 것도 아니었고. 줄리엣이 느꼈을 당혹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단편들은 모두 우아하고 아름답고 그리고 현실적이다. 그리고 결말이 항상 멋지다. 이것이 단편의 묘미인데 정말 그녀는 단편의 여왕이다. 나머지 단편들도 모두 좋으니..마흔이 넘어서 읽는 나란 여자에게 특히 공감이 많이 가는 걸로 봐서는 젊은 여성보다는 어머니가 되고 중년에 접어드는 여성들에게 더욱 좋을 소설들이다. 장담하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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