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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자 - 히말라야 도서관에서 유럽 헌책방까지
김미라 지음 / 호미 / 2013년 12월
평점 :
어려서부터 왠지 모르게 책이 좋았고 ABC문고나 빨간머리앤 전집 그리고 주니어문학전집을 사주시는 이웃집 언니네가 무척
부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등학생이 한살 많은 언니집에 놀러가서 맨날 책만 들여다 봤으니.. 천피스짜리 정교한 나비 직소 퍼즐도
생각난다. 부루마블도 부러웠다. 왜 우리집엔 이 모든것들이 없는지.. 생각해보면 우리집에도 위인전집이나 철가면, 15소년 표류기
같은 책이 실려있는 전집이 있었는데도 뭔가 부족했다. 그만큼 책을 좋아했는데 성장할수록 그 내용을 진지하게 읽는 것 보다는 얇고
다양한 지식을 추구하게 되었던 것 같다. 대학도서관에서도 늘 책등을 샅샅이 보며 이런책도 저런책도 있구나 하면서 황홀해했던
기억이 있는데 실제로 읽었던 책은 많지 않았던 것 같으니..나에게도 수집가적인 면모가 있는 것이었을까.
이
책 <책여행자> 를 읽으면서 내 어린시절이 나의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이 책의 저자도 책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특히 오래된 낡은 책 남들이 거들떠도 안 보지만 중세의 신비로움이 가득한 연금술사가 봤을 것 같은 책이 그녀에게는
안식처가 된다. 나의 오래된 기억도 책과 함께였는데 저자인 그녀도 책장을 넘기는 아주 작은 아이때의 기억부터 가지고 있다. 어릴때
읽은 '코끼리 머리를 한 가네샤'와 같은 동화책을 특히 좋아했는데 정말로 그녀는 얼마후 인도로 떠나게 되었고 이내 히말라야에
있는 외국인 기숙학교에 다니게 되었으며 지하창고에 있는 오래된 도서관을 발견하게 된다. 소공녀를 읽은 그녀는 기숙생활이 마치
소공녀가 된 것 같았고 모든 것이 책에서 영감을 받게 되는 생활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나의 어린시절과는 비교도 안되게 엄청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어린시절을 보낸 그녀는 지금도 남들은 모르지만 그녀만이 가치를 알아보는 오래된 책을 찾아 떠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작은방에 하나씩 채워넣는다.
책에 대한 그녀의 단상들은 아주 단단하고
재미있다. 책은 인간의 것을 초월한 어떤 힘을 가지고 있고 유령이 돌아다니는 공산당 선언도 금서에 대한 이야기도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이다. 히틀러도 애서가였던 것 차마 태울 수 없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며 책을 좋아하는만큼 수집을 하는만큼 그녀는
책에 대한 역사와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훤히 꿰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아주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그녀만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풀어주는 제대로 된 책이야기는 나처럼 나이롱 환자같은 애서가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그녀가 소개해 주는 책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들은 나처럼 도서관에 들어가면 책등과 제목을 읽느라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비슷한 류의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헌책방과 이야기가 숨어있는 서점들과 그녀가 찾아내는 귀한 책들의 목록들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