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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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님의 산문집 노란집을 읽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아치울 노란집에서 쓰신 글들이란다. 그러니 박완서님이 70대에 쓰신 글이다. 우리 어머니 세대를 보면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하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아시기는 하시는건가 싶을때가 있기도 한데 박완서님의 글을 읽어보면 그렇지 않구나.. 말씀을 안하시고 아는 척을 안 하실 뿐이지 70대의 여성분들도 많은 생각을 가지고 또 추억을 떠올리며 젊은 시절을 떠올릴때가 많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그렇겠지.. 지금도 중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나고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아쉬운 부분이 없도록 뭐든지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건만..더 나이가 들면 유년기의 생각이 더 떠오르는가 보다..


마나님과 영감님의 시골사는 이야기를 담은 앞부분의 짧은 소설같은 글들과 뒷부분의 박완서님이 직접 겪은 이야기들을 읽고 있자니 나의 기억들도 떠오르고 예전 생각이 많이 나서 오랜만에 푸근한 시간들이었다. 박완서님의 문체야 워낙 유명하지만서도 막상 또 읽어보면 역시나 감탄하게 된다. 집요하리만치 세밀하고 세심하면서도 때로는 휘갈기는것처럼 통 큰 글쓰기에는 말이다. 박완서님의 글에는 또 이 책의 삽화를 맡은 분이 정말 박완서님과 비슷하게 삽화를 그려내어서 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931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했다가 전쟁이 터져 중퇴하고 결혼을 하고 스물네살의 나이에 첫 아이를 보신 박완서님.. 그 후로 다섯명의 아이를 낳다가 막내가 학교에 들어가니 나이 마흔에 등단하셨다. 그리고는 그 후의 삶은 우리가 아는 박완서님이다. 대단하다. 내 나이 마흔 둘이지만 그냥 근근이 살아갈 뿐인데 이 분은 마흔에 등단하셔서 한국소설의 한 축을 이루셨으니..게다가 아이 다섯을 키우고 좀 자유로와진 시간에 소설을 쓰고 그 쓰여진 소설들이 하나같이 다 유명해지고 명성을 얻게 된다. 정말 타고난 소설가가 아닐 수 없다. 여성의 몸으로 가사에 충실하다 그 시간이 조금 늦어진거라 탓하고 싶다.


노란집의 글들도 예외없이 아름답고 때로는 투박하고 또 70대 노인의 글같지 않게 싱싱할때도 있다. 이제 많은 시간을 살아온 인간으로서 아파트를 벗어나 한적한 동네에서 살아가는 재미와 다소 심심한 쓸쓸한 일상속에서도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내는 걷기를 하시면서 스스로 재미를 찾으시는 분인데 왜 노인분이 차도 없이 자녀들도 없이 걷냐며 걱정들을 했다는 대목에서는 파안이 터졌다. 참 한국사회는 오지랖이 넓은 사회다. 누가 하나만 낳건 딸만 낳건 혼자 걷건 무슨 상관이람.. 진짜 도움이 필요할 때는 오히려 못 본 척 하면서..어제 본 방송에서 버스에서 기절하는 여성분을 부축하여 119에 신고해서 구급차가 올 때까지 여성분 옆에서 있어주었던 젊은이가 생각난다. 오지랖은 그럴때에나 하는 것이다. 암튼 박완서님의 노란집은 정말 재미있다. 우리가 몰랐던 시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과거의 여유로움을 부러워하면서 하지만 전쟁의 무서움은 겪고 싶지 않은채 그렇게 노란집에서 써진 여러 이야기들을, 마나님과 영감님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를 읽었다. 영감님은 마눌님의 손으로 등을 긁고 싶어하고 마나님은 등에서 떨어지는 각질이 창피해서 손주들이나 영감님에게 등을 맡기지 못하고 효자손만 찾는 대목에서 나이들어도 천상 여자들인 우리네 모습을 공감할 수 있다. 가부장적이었던 과거에도 짜증났겠지만 역시 늙어감에는 부부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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