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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미스터 갓
핀 지음, 차동엽 옮김 / 위즈앤비즈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차동엽 신부님의 책이나 번역서는 모두 좋아서 이 책도 기대감을 가지고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차동엽 신부님이 외국에 계셨을
때 발견한 보석같은 책이었는데 우여곡절을 거쳐 이제서야 빛을 발하는 책이라니.. 읽는 순간 단숨에 안나에게 빠져들어갔다. 나에게
있어 내 어린 시절의 하나님은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셨는지 나는 어떻게 느꼈었는지 새삼스럽게 나의 어린시절로 끌려
들어가기도 하고 안나의 거침없는 자유로운 모습에 부러움도 느끼다가 당혹감도 느끼다가 예수님이 어린아이라야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는
말이 바로 이 안나같은 아이 덕분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가 끝에 가서는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던 먹먹함의 끝을 봤던 책이었다.
왜 고전에 반열에 오를 수도 있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나 여타의 책들처럼) 책이 이제야 빛을 보게 되었는지 이왕이면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좀 더 눈에 띄는 양장이었으면 제목도 더 눈에 띄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만 보고
구입할 사람들이 과연 많을 것인지 이 책이 또 묻히는 것은 아닌지 괜히 안타깝기만 하다.
1915년
에 태어났다는 작자인 핀 이라는 사람도 비밀투성이 사람이다.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이자 안나와의 특별한 교류로 인한 책들로 유명하지만
철저히 신비에 붙여진 작가라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다.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한 부분이 없는데 놀랍게도 배경은
1935년이다. 핀이라는 작가의 이름도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아일랜드 태생이라 아일랜드 신화에 등장하는 '핀'이 꺽다리라서
작자에게도 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1미터 95센티에 70킬로였으니 정말 꺽다리 그 자체였으리라. 당시 스무살이었던 수학을
좋아하는 괴짜 청년 핀은 런던 이스트엔드 부둣가를 사색하며 산책하다가 안나를 만나게 된다. 다섯살 여섯살 정도밖에 안된 조그만
꼬마 숙녀 안나. 먹던 핫도그를 얼굴에 뿜는 실수를 해서 이 아저씨가 나를 때리면 어떡하나 걱정하던 안나앞에서 한참을 웃었던 핀.
안나는 안심을 하고 이 청년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게 되는데 절대 부모님에게는 안 간다며 아저씨 집으로 가서 살고 싶다는 당돌한
아이 안나..
정말 핀이라는 청년과 그 엄마를 만났기에 다행이지 범죄자에 눈에 띄였으면
어쩔 뻔 했을까.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마음으로 읽게된다. 핀의 엄마는 현모 그 자체이며 핀도 인정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처럼
부랑자 아이들을 받아줘서 아들 딸처럼 키운다. 핀이 데려온 안나를 보고 단숨에 귀여워하던 핀의 엄마는 지저분한 안나를 씻기려
하는데 그 아이가 옷을 벗자 온몸에 나있는 피멍과 상처에 핀과 엄마는 분노를 금치 못한다. 그렇다 안나는 학대받는 아이였던
것이다. 정말로 생을 포기하고픈 순간에 핀을 만났던 것이다. 아무에게나도 따라갔을지 모르는 안나는 미스터 갓이라고 부르는 하나님을
정말 사랑하는 아이였기에 핀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 미스터 갓에 대한 안나의 열정과 사랑과 메세지.. 그것은 어른들의
신앙과 정말로 다른 그야말로 살아있는 신앙이었다. 안나의 말을 통해서 어찌나 많은 반성과 생각을 하게 만드는지..
그
리고 안나의 질문과 대답들은 정말로 살아있는 꼬마 천재의 철학, 수학, 기호학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질문과 대답들이었다.
안나가 살아있었다면 그 아이는 정말 뛰어난 학자나 뛰어난 인물이 뭔가가 되어 있었을텐데...안타깝게도 안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게 만들어 놓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불과 아홉살의 나이에..
안나의 죽음에 분노하고
믿을 수 없었던 핀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어느날 깨달음을 얻는다. 안나의 삶은 피지도 못하고 일찍 꺾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안나의 삶은 그 누구보다 길었고 깊었고 높았음을.. 5년만에 그렇게 진짜 작별 인사를 한다. 안나의 묘 앞에서. 그리고
안나는 어디에 있게? 에 대한 대답. "내 마음 속에"
핀은 콜레리지 라는 책을 읽으면서 존 데이비스 경의 다음과 같은 시를 읽고 안나와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시는 다음과 같다.
'저렇게 그녀는 개별의 상태들로부터
삼라만상의 종과 유들을 추상하고
그것들에 새 옷을 입혀 온갖 이름들과 운명들을 부여하면서
오관을 통하여 마음에 이르는 우리들의 길목을 도둑질한다네.'
바로 안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했던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