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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폴리스맨 - 자살자들의 도시
벤 H. 윈터스 지음, 곽성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2013년 에드가상 수상작이라는 사실이 먹여주는 소설이었다. 기대치를 가지고 본 책인데 처음엔 편집이라 해야하나
번역이라고 해야하나 약간 집중이 되지 않았지만 이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소설이었다. 약간 b급 정서를 가진 책이랄까. 그런데도
군데군데 멋스러운 표현들이 또 난무한다. 소행성 마이아가 지구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인들은 종말을 대비한다.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버리기도 하고 자살자들은 폭주하고 경찰은 무능해서 신입사원을 검증도 하지 않고 뽑는다.
헨
리 팔라스는 이 모든 것이 혼돈에 휩싸여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사회에서도 혼자서 묵묵히 성인범죄를 풀어나가려고 애쓴다. 경장으로
진급한 그는 그를 대단하게 여기는 동료옆에서 늘 열심히 솔선수범하고 있지만 그들은 그를 제대로 돕지도 그도 그들을 리드하지도
않는다. 결국 동료는 우울증에 자살을 하고 만다. 이런 지구의 종말을 대비하는 모습들은 정말이지 쓸쓸하고 비참하고 안타깝다.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무기력하거나 아직 못 해본 일들을 죽기전에 하기 위해 일어서거나 둘 중 하나이다.
소
설의 첫장면은 맥도날드 화장실에서 목을 매어 죽은 보험회사 직원 피터 앤서니 젤의 시체를 살펴보고 있는 헨리를 보여준다. 처음
시체를 발견한 순경도 자살로 보고할 정도이지만 헨리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그의 죽음을 파헤쳐 나간다. 때로는 막무가내로 조폭같은
사람들의 도움도 받는 그의 모습과 죽은 피터의 주변인과의 인터뷰는 무대포적이면서도 강직하고 믿음직하다. 말 그대로 진정한 라스트
폴리스맨이다. 종말론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sf 소설이면서도 집요하고 수사를 해나가는 헨리의 모습에서 추리소설적인 요소도 보인다.
그런 그를 위협하는 존재들은 무엇인가. 보험회사 직원인 피터의 행적이나 그가 연구하던 것은 무엇인가. 쓸쓸한 제목과 소설의
분위기와 스토리텔링이 정말 마음에 든다. 이 소설에 쏟아졌던 찬사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에드거상을 수상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3부작으로 만들 생각이라는데 나머지 작품들도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