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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 언어의 소금, 《사기》 속에서 길어 올린 천금 같은 삶의 지혜
김영수 지음 / 생각연구소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살아가면서 아니 살아갈수록 한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고 깊이를 더해간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를 깨닫는다. 사마천의
'사기'를 연구하고 지난 15년동안 100여차례 중국 곳곳을 다니며 역사 현장을 일일이 탐방하고 그 연구 결과들을 책으로 내고
강의를 하고.. 그래서 정말 책을 읽어볼수록 벼락치기가 아닌 깊이있는 책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읽어내려 가다가
옷깃을 부여잡고 정좌를 하고 싶게끔 만드는 책이랄까. 아무리 그래도 책이란 것이 재미가 없으면 읽기가 어려운 법인데 재미도 있어서
정말 읽고 또 읽고 곱씹어 읽고픈 책이었다. 바쁜 일상에 한번만 읽고는 도저히 넘어갈수가 없는 책, 곧 또 이어서 읽게되는 그런
책이다.
청소년들에게도 정말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곡학아세, 구우일모, 배반낭자, 관포지교,
다다익선, 이령지혼(이익은 지혜를 어둡게 만든다-이익에 눈이 멀었다), 도삼촌설(세 치 혀를 놀리다) 등 우리가 많이 들어본
사자성어가 어떻게 나온 말인지 그 배경이 되는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도 읽게 되고 해설도 알게 되므로 성인들 뿐 아니라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보다 좋은 책이 있으랴. 528페이지에 가득 제목 그대로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이 그득하다. 하나의 소제목에
서너장을 할애하여 고풍스런 중국의 삽화와 더불어 중국사 최초의 통일왕국인 진나라부터 여러나라들과 여러 왕과 제상들과 사마천의
이야기까지 생각보다 정말 재미있게 읽힌다.
구우일모- 아홉 마리의 소에서 털 한 올이라는 뜻으로
'하잘것없고 별 볼 일 없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이다. 그런데 이렇게 잘 알려진 이 사자성어의 원저작자가 사마천이라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단다. 사마천이 사형을 받고 궁형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는 정말 가혹한 일이었다. 기원전 99년 유방이 건국한
한나라가 문제,경제를 거쳐 무제에 이르러 전성기를 누리는데 한무제라는 이름을 세계사에서 많이 들어보았다. 이때 한나라의 강력한
맞수는 흉노족이었는데 사마천이 가장 존경하는 이광의 손자인 이릉은 대흉노 전쟁에 투입되어 여러 차례 공을 세웠고 사마천이
마흔일곱살이던 기원전 99년에는 흉노에게 져서 항복을 하게 되었단다. 이때 조정에서는 이릉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하니 사마천이 그를
변호했고 이는 엉뚱하게도 흉노족에게 병법을 가르치고 그들에게서 벼슬을 받았다는 누명을 쓰게 되고 사형을 선고받게 되었고
50만전이라는 돈이 없어서 성기를 자르는 궁형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목소리가 가늘어지고 수염이 없어지자 밖으로 나가기도
꺼려하고 자결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절망이 반복되던 순간에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세상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 끝에 위대한 역사서인 <사기>를 완성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지금 법에 따라 죽는다면 그것은
아홉마리 소에서 털을 하나 뽑는 것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보잘것없는 일이 될 터이고 그것은 땅강아지나 개미의 죽음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었다. 즉 인간은 무엇인가 죽음이 항상 어려있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속에 사기를 남기지 않았다면 우리는 영영
<사기>라는 위대한 저작물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었다. 이처럼 김영수님의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역시
읽어보지 못했다면 <사기>속에 이토록 빛나는 문장들과 사자성어들 그리고 역사속 이야기들을 몰랐을 것이었다. 그저
세계사의 하나의 토막지식으로만 알게 되었을 것이다. 사마천하면 '사기' 하는 식으로...수많은 성어들이 이런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재미있는 역사속 이야기들도 읽을 수 있고 인간과 문장과 철학을 느낄 수 있게끔 한다. 사기를 직접 읽기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렇고. 정말 이 책으로라도 사기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 너무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