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중하차 - 잘 나가던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기타무라 모리 지음, 이영빈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살면서 가장 중요하지만 헤프게 쓰거나 의미없이 써버리는 것은 시간인 것 같다. 지나고 나면 항상 후회가 남는 시간들.. 이 책은 더욱 그러한 것들을 깨닫게 만든다. 현실에 충실하되 일 중독에 빠지지 말라고. 아이들과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는 시간들이 더 소중하다고.. 그럴때 놓친 시간속의 사람들과의 관계 특히 아이들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여섯살배기 아들을 가진 평범한 직장인 아버지이다. 편집장이긴 하다. 잘 안 나가던 잡지도 그가 들어가면 발행부수가 늘고 능력자라고 평가받는다. 그 뒤엔 역시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그가 있었고. 그러다보니 출장에 마감에 쫓긴 밤샘에 여섯살 아들과 놀아주기는 커녕 대화도 밥을 먹을 시간도 없어서 아들은 엄마와 할아버지만 찾는다. 평소에 아내는 이렇게 아이와 지내다간 아이가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잔소리처럼 길게 하지도 않지만 굵고 짧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 아내는 처음 본 것 같다. 하지만 늘 짧게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는 주옥같다. 남편이 찍소리 못하게 꼼작 못하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나도 이런 점은 아내로서 본받아야 겠다. 자질구레한 잔소리를 하다보면 서로 지쳐서 정작 중요한 대화는 못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렇게 바쁘지만 성과있는 삶을 살다가 어느날 덜컥 지하철을 못 타게 된다. 막히는 버스도 못타게 된다. 비행기는 더더욱 못타게 된다. 스스로도 어딘가 이상하다고 이건 아니다라고 깨닫는 순간에는 거의 아무것도 탈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잠시 정차한다는 안내방송에 못 견디고 숨이 막히고 구역질이 나고 당장 어떻게 될 것 같은 느낌.. 바로 공황증세인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공황증세. 평소 우울하지도 않았고 별 문제가 없었는데 왜 이런 증상이 현대인들에게 많이 찾아오는 것일까? 그건 억누르고 있던 것이 어느날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켜지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런 경우였다. 한달끝에 결국 그는 이러다간 딱 죽겠다 완전히 미쳐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퇴직서를 내고 퇴직하게 된다. 휴직을 하면 될 것을 그의 자존심은 병가로 인해 퍼지는 소문을 견디기 힘들어 휴직이라는 카드는 쓸 생각도 하지 않는다. 잘 나가던 사람의 비애랄까. 하지만 그는 그렇게 집을 들어가서 들어눕는 어리석은 짓은 다행히 하지 않는다. 천만원만 달라고 일년안에 아들과 여행을 하면서 천만원보다 더 큰 가치있는 사람이 되어 돌아오겠다고 진지하게 말을 한다. 아내는 일년안에 어떤 성과만 가져온다면 좋다고 역시 굵고 짧게 허락을 하고 다음날 당장 머리맡에는 통장과 도장이 놓여 있었다. 정말 멋진 아내가 아닌가? 아 또 본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아들과의 여행. 그는 궁상맞은 여행을 하지 않았다. 아들과 함께 좋은 호텔, 온천여관 그리고 음심점엘 다녔다. 직장도 없는 그가 너무한건 아닌가 생각했지만 이 책의 말미쯤 가면 이런 여행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들은 아빠와의 평생 없을 멋진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너무 어려서 기억이 오래갈까 하는 의문은 들지만..그리고 서서히 아들과의 여행속에 죽을 것 같았던 공황증세를 극복해 나가게 된다. 아들과 처음으로 손을 맞잡고 유치원 등하교를 시켜주고 여행지에서 아침 일찍 아들과 산책을 하고 기차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다양한 기차를 타주고 된장찌게를 못 먹는 아들이 학교 급식 시간에(아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엄격한 담임선생님에게 봉변을 당할까 싶어 당일에는 상을 당했다며 조퇴를 시켜주고 대신 다음부터는 된장찌게를 먹어야 한다며 그때부터 일주일 동안 너무나 맛있고 다양한 된장찌게를 요리해 주어 아들이 점점 된장찌게를 먹을 수 있게 되어 일주일 뒤에 또 다시 나온 된장찌게를 먹는데 멋지게 성공시킨 일 들은 그 어떤 육아책보다 훨씬 와닿았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정작 가르쳐야 할 것은 이런 것이구나. 정성를 쏟아야 하는 것은 이럴때구나. 포기하겠다 못하겠다 하는 아이를 윽박지르고 혹은 혼자서 잘 하겠지 하는 것 보다는 이렇게 뒤에서 말 보다는 행동으로 아들에게 모범을 보여준 부모.. 정말 단숨에 너무나 좋은 것들을 얻으며 읽은 멋진 독서였다. 저자의 가족들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괜히 궁금해지면서. 어딘가에서 다시 시작할 저자와 가족들 그리고 나의 가족들을 위해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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