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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의 보물 ㅣ 한림 저학년문고 34
헬메 하이네 지음, 유혜자 옮김 / 한림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독일 아동문학 번역가로 유명하신 유혜자님이 추천하는 책이라 더 믿고 보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헬메
하이네씨가 1941년생이니 우리나라 나이로 73세시니 할아버지 맞네요~ 그림책 '세 친구'로 유명한 유혜자님이 직접 본 헬메씨는
앉은 자리에서 쓱쓱 정말 쉽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맑은 얼굴을 가진 분이라서 이런 예쁜 저학년용
동화를 쓸 수 있었던 걸까요? 인생의 보물을 찾아나선 토끼 토토의 모험이 그려진 책이고 다소 무거운 주제가 들어있을 수도 있는데
전혀 무겁지 않게 표현한 동화가 아주 수준급입니다. 어쩌면 어른도 같이 읽는 동화라고 하면 좋겠습니다. 2011년에 출간된
책이니 그때도 70대셨을텐데 그림과 색감이 정말 예쁘고 유머러스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삽화들이네요.
이
야기는 다소 엉뚱한 시점에서 출발합니다. 학교를 다니다 방학을 맞은 토토가 헛간에서 양동이와 삽을 들고 보물을 찾아나선다며 길을
나서자 엄마 아빠 토끼는 행운을 빌어주며 채소를 꼭 챙겨먹고 자기전에 이도 닦으라고 말해줍니다. 마치 길고 먼 여행을 떠나리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요. 그러고보니 엄마 토끼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이네요. 작별 인사인 줄 아는 것 처럼 토토의 앞길에 험난한
모험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토토는 강으로 내려갔는데 이미 그곳에서는 사금을 채취하고 있는 곰이 있었는데 욕심을 품은 눈으로
저리가! 라고 하는 곰 에디를 피해서 들길을 따라 걷다가 어느 시골집에서 땅을 파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합니다. 도와드릴 일이
없냐고 물었다가 밤새 땅을 파주고 그 아저씨가 나타나서는 이만하면 됐다며 수고했다고 당근 하나를 던져주고 그만 가보라고 합니다.
자신이 팠던 그 구멍은 보물을 캐려고 한 것이 아니라 뭔가를 묻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켜봤더니 여러 사람들이 관 하나를 들고 와서
그 구덩이에 묻는 것을 보고는 관 주변에 있던 예쁜 꽃을 파먹다가 그만 아까 그 아저씨한테 삽으로 혼날 뻔 합니다. 아저씨도
참, 밤새 구덩이를 파준 토끼가 꽃 좀 먹었다고 그렇게 무섭게 굴 필요 있나요!
개 달리기에 앞장
서서 달려주는 토끼 역할을 할 뻔도 하고(명함을 받습니다) 부활절에 쓸 달걀을 염색하는 곳에서 일주일 동안 알바를 하기도 하는데
부활절이 지나자 공장은 문을 닫습니다. 일을 잘해서 받은 달걀 모양의 초콜릿이 있을땐 친구가 모여들더니 날이 더워서 초콜릿이 다
녹아버리자 모두 떠나고 토토 혼자만 남습니다. 서커스단의 마술사에게 필요한 토끼로 쓰임을 받기도 하는데 그것은 이미 굴토끼인 예쁜
여자토끼인 피콜로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거기서도 실수를 해서 쫓겨난 토토는 산타 할아버지와 재미있게 겨울을 나기도 하고 우체부가
되어 편지를 나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병에 띄운 편지를 하나 받는데 동물들 마다 자기것이 아니라고 손사레를 칩니다. 그렇다면
혹시? 이 편지는 내 편지인가? 정말 토토의 편지일까요? 토토는 어떤 보물을 발견할까요? 어른을 위한 우화라고 볼 수도 있을만큼
인생의 여러 우여곡절과 사람들의 생리를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있을때는 친구가 모여들다가 사라지는 것도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못
따자 스폰서도 떠나고 그 많던 연예인 친구도 없어졌다는 씁쓸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처럼 그렇게 느껴지네요. 저학년인 아이들도
뭔가를 느낄 수 있겠지요? 헬메 하이네의 멋진 삽화와 이야기책...제가 먼저 간직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