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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나의 불행 너에게 덜어 줄게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4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4월
평점 :
<더러운 나의 불행 너에게 덜어줄게> 라는 다소 심각한 제목과 어두운 배경에 혹시 내 아이에게 읽히기 어려운
책은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완전히 기우였다. 딱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학교 2학년정도까지 읽히기 좋은 책이었고 정말 재미있고
좋은 내용이었다. 처음엔 제목이 왜 이럴까 궁금했는데 이 책을 순식간에 다 읽고나니 아 딱 맞는 제목이었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누구나 단짝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주류가 되던 비주류가 되던.. 친구는 끼리끼리 만나는 것이 맞다. 이 책의 단짝
친구는 넷이다. 마르탱, 에르완, 바카리, 프레드. 이 책의 주인공은 이들 모두인 셈이다. 책을 이끌어 가는 화자는 마르탱으로
5년전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그 후 술로 슬픔과 외로움을 달래고 얼마전부터는 인터넷 소개팅으로 만난 한 여자와 채팅을 즐긴다.
명색이 의사인데 매일 파자마 차림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바람에 사람들의 신뢰를 잃고 있지만 아들인 마르탱은 아버지의 실력을
믿는다. 네 친구들은 학교에서 아마 왕따에 가까운 친구들인가 보다. 외모도 차림새도 생각도 별난 탓에 주류라는 인기 많고 좋은
집안에 부자인 아이들에게서 멸시를 받는...
하지만 바카리는 우주에 관심이 많은 수학과
물리를 아주 좋아하는 학생이고 에르완은 뛰어난 발명가이고 프레드와 '나'인 마르탱은 그저 평범한 학생이지만 넷이서 버려진 공원 한
구석에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멋지게 꾸미고 그 안에 소파나 작은 것들을 모아서 꾸민 것이나 발명가인 에르완이 전기를 공급해 준
것들은 정말 이들이 오히려 다른 아이들을 평범하게 만드는 뛰어난 아이들임을 시사한다. 헌데 왜 세상은 이런 사람들을 엉뚱하다며
혹은 괴상하다며 멸시하고 이상한 눈으로 보는 걸까. 스티브 잡스나 스티븐 스필버그같은 사람들은 모두 이런 아이들 같은 어린시절을
보냈다. 주어진 정규수업에만 길들여지지 않은 자신들만의 아지트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고 실험했던..
어
느 날, 에르완이 자신을 벼르던 아이들에게서 얻어 맞고 병원에 입원한 후로 조금씩 이들의 친구 관계도 그 무엇도 조금식
틀어져간다. 늘 집에서만 지내던 마르탱의 아버지는 정장을 차려입고 교장선생님을 만나러 가고 아들과 아들친구들에게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알고 이제 아들에게 관심을 갖고 드디어 아버지로서의 본연의 모습에 돌아오게 된다. 심각한 왕따나 심각한
상황으로 어둡게 아이들에게 권하기 어려운 청소년소설이 아니고 재기발랄하면서도 좋은 메세지를 전해주기에 우리 딸에게 바로 읽혔다.
아이의 반응도 나와 비슷하다. 얇아서 책을 지루해 하는 아이들도 금방 읽을 수 있는 정말 좋는 청소년소설이다. 마르탱 파주의 다른
책들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