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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 늘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유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어제밤에 다큐 공감이라는 심야의 방송을 보았다. 세 젊은이가 아르헨티아로 떠나 두달간을 여행하면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체험하고 여행하며 카메라에 담은 다큐였다. 그런데 스물 일곱살 동갑내기 세 남자의 거침없음이 얼마나 부럽던지. 나도 참 이십대의 시절을 후회없이 보냈으면 이렇게 미련도 없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마흔이 갓 넘은 지금의 나이에 비추어보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가...이렇게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여기에 한 책이 있다. 늘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책표지에 작은 글씨로 적힌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또한 운이 좋은 사람은 혈기가 왕성한 젊은이가 아니라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한가롭게 행복을 즐기는 늙은이다 라는 글귀까지 있으니 중년의 나를 위로하기에 안성맞춤이랄까. 75세의 노학자가 노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표지만 봐도 궁금해졌다.
1939년생, 미국인이 사랑하는 작가이자 세계 여러나라에 소개된 교양 철학 저술가인 대니얼 클라인이라는 분이다. 그런데 소개글을 읽다보니 와 무려 2009년도에는 소설 '현재의 역사'로 포워드 매거진 선정 올해의 책 은메달을 수상하였다고 하니 일흔이 넘은 나이에 정말 대단하시다. 혹시나 고리타분한 책이면 어쩌지 했는데 읽는 순간 그러한 걱정은 기우였음을 알았다. 어찌나 술술 재미있게 또 통찰력있게 읽히던지 노년의 대가의 저술은 정말이지 매력적이었고 에피쿠로스적인 인생의 참 묘미를 알려주는 글 하나하나가 참 좋았다. 그리스의 이드라섬에서 찾은 여러가지 단상들, 철학가답게 에피쿠로스식의 자유를 선택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며 몽테뉴가 주는 교훈이며 니체며 현대철학이며(철학적인 이야기들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는 것도 이 책의 또 하나의 나눔이다) 나이들면 모든 것이 천천히라는 노년의 방식을 철학적으로 빗댄 이야기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의 유머러스한 인생의 관조적인 그러나 희극적인 이야기들이 마음을 울린다. '인생은 언제나 놀이' 라는 그의 말처럼 좀 덜 진지하고 좀 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나트라의 노래를 빗대어 두 번 은 살 수 없는 과거라는 글은 이미 지나가버린 시절은 다시 되풀이되지 않으리라고 슬퍼하는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안심이 된다는.. 그렇게 격정적인 시절을 또 다시 감당하고 싶지 않다는, 오히려 노년의 정열이 가라앉은 편안함을 만끽하고 싶다는 노 철학자의 글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지나간 시간들을 아까워하고 잡으려 하기 보다는 편안하게 보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활기찬 남은 날들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