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마지막 강의
B. F. 스키너 & 마거릿 E. 본 지음, 이시형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스키너의 상자로 유명한 스키너 박사의 노년에 대한 이야기. 그가 이런 책을 썼을 줄이야 제목을 보고야 알게 되었다. 역시 일흔이 넘으신 그러나 그렇게 나이 드신 줄 몰랐던 이시형 박사의 평역으로 읽으니 더욱 좋았던 책이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출산률은 저조해 지면서 노년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나지 않는다. 어느덧 마흔이 넘어버린 나이. 어렸을 때에는 과연 마흔이란 나이가 오기나 할까? 궁금했었는데 그 십대 아이가 자라서 금방 마흔이 넘은 어른이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쇠퇴하고 뇌기능이 떨어져서 세세한 것까지 다 기억했던 십대때를 지나 이십대도 지나 서른, 마흔이 되면서 오히려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놀라울 일도 새로 배움의 일도 없는 마흔 넘어서의 나이는 군데군데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엄청난 속도로 한해 한해가 흘러가는 듯한 경험을 한다고 한다. 정말이지 엊그제 설날이었는데 벌써 5월이 되었으니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러므로 노년이 될수록 배움의 정도를 걸어가며 뇌가 쇠퇴하지 않게 그리고 건강한 생활을 하는 음식과 조리법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다. 물론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있어야 이 모든 것들을 하겠지만 더 수월하게 할 뿐이지 돈이 없다고 해서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스키너 박사의 노년론에 대해서도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노인이 된 느낌이 궁금하다면 먼지 낀 안경을 쓰고 귀를 솜으로 틀어막은 뒤 커다랗고 무거운 신을 신고 장갑을 낀 채로 생활해 보라고 한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장갑을 낀 채로 살아가는 것 같다니! 이 책은 전혀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다. 말 그대로 스키너 박사의 노년에 대한 담론이자 자기계발서의 느낌도 드는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1장은 노년을 생각한다 2장은 노년을 미리 준비하라 3장은 끊임없이 세상과 접촉하라 4장은 자신의 지난날과 교류하라. 5장은 명확하게 생각하라 6장은 바쁘게 지내라 7장은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라 8장은 사람들과 잘 어울려라 9장은 기분좋게 지내는 법 10장은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순간 11장은 노인이라는 배역 맡기 12장은 위대한 완성: 노년의 장엄함과 정교함 등 각 챕터들의 제목만 읽어보아도 우리가 이 책에서 얻을 내용이 상당하고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년이 된다는 것은 사는 장소나 방법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의미하며 은퇴후의 삶은 인생의 황금기에 누리는 것 보다 훨씬 작은 집에서 소박하게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부자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하지만 노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사는 삶은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어디에 살던지 짐을 이고 지고 살지 말고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금은 아이들의 물건들도 많고 집안 곳곳에 쓸데없어도 버릴수도 없는 짐들이 너무 많다. 노년에는 계획을 잘 세우고 실행에 잘 옮겨야 할 것이다. 어쩌면 노년기는 많은 것을 남에게 줄 때인지도 모른다는 글에도 동의한다. 이 책을 스키너의 상자처럼 딱딱한 행동과학이론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노년의 생활에 대한 그리움과 실제 생활에 대한 조언 등 나이들어가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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