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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다리 2
줄리 오린저 지음, 박아람 옮김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보이지 않는 다리 같은 작품은 더 잘 알려졌으면 좋겠는데 많은 책 속에서 묻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1권에 이어서 2권이 늘어진다거나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2차 세계대전에 휩쓸린 여린 인간들의 이야기와 역사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인간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와 가족애까지 그리고 문장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는 고증과 되씹음을 거친 대단한 작품이었다. 줄리 오린저는 이제 마흔으로 앞길이 창창한데 앞으로 그녀가 내놓을 작품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정말 작가에 대해서 모르고 읽었다면 현대가 아닌 몇십년전에 쓰인 남성작가가 쓴 글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주인공 언드러시와 형 티보르와 막내 마차시 그리고 언드러시의 아버지, 언드러시의 친구들까지 오히려 여성들보다 남성들의 세계에 대해서 더 잘 써낸 것 같다. 물론 언드러시의 아름다운 발레리나 아내인 클러러와 그녀의 장성한 딸 엘리자베트 등의 이야기등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남성들의 이야기가 더욱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마치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헝가리나 파리에서 쓴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을까? 헝가리에서 징집되어 실제로 싸우는 부대가 아닌 노무부대 같은 곳에 대한 묘사나 당시 가족들에게서 온 편지들이 검열당하고 간식들은 고스란히 뺏겨 포장지만 들어 있는 장면 등 하나하나 정말 세세히 당시를 조사하지 않은 구석들이 없다. 상 하권 두 권다 꽤나 두꺼운데도 이러한 완벽한 고증 덕분에 마치 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물론 편안하지만은 않았지만. 전쟁속에 휘말린 인간들의 모습은 그 어느때고 괴로운 것이니까. 그것을 바라보기만 해도 말이다. 언드러시의 노무부대에서도 유대인을 경멸하는 장교가 있고 또 한편으로는 도움을 주는 장군도 만나 자신의 첫 아들이 태어나고 바로 아내의 곁으로 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운 좋은 벨러'였던 것처럼 언드러시도 전쟁중에 이러한 운 좋은 경험을 여러번 하게 된다. 장군 덕분에 2주나 앞서 제대를 할 수 있었지만 전쟁통에 다시 징집되어 버리는 언드러시와 클러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뒤의 파노라마 같은 이야기들도 정말 아름답고 힘겹고 절절하다. 전쟁통에 태어나지 않은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지.. 당시의 사람들은 전쟁중이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라 더욱 아름다운 사랑도 하고 우정도 나누고 기도도 드리지 않았을까.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윈터스 중위가 노르망디 상륙작전후 첫번째 전투에서 '홀'이라는 무전병을 잃고 '살아남게 해 주신다면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곳에 정착해서 다시는 이러한 경험을 하지 않겠다고' 신께 맹세하는 장면이 다시금 떠오른다. 정말 아름답고 배경묘사와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소설, 모처럼 장편소설다운 장편소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