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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다리 1
줄리 오린저 지음, 박아람 옮김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정말 괜찮은 소설을 만났다. 진정 소설다운 소설. 사실 시간 때우기용의 소설들을 많이 읽었던 작년 한해였는데 2013년에 들어오자 이런 좋은 소설을 읽어서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책날개에 들어있는 저자에 관한 내용을 읽지 않았다면 고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으리라. 나와 동갑인(사진은 훨씬 어리게 나온 사진이지만) 한국나이로 마흔 한살의 저자 줄리 오린저는 이미 주목받던 젊은 소설가로 이 책이 첫 장편소설이라니 정말 놀라울 뿐이다. 톨스토이가 생각났다는 추천의 글들처럼 나 역시 고전의 반열에 오른 톨스토이나 토마스 만 같은 저자가 떠올랐으니 말이다. 그만큼 문장 하나하나 한 페이지마다 가득 고심하고 고증한 듯한 문장력에 감탄할 뿐이다. 그렇다고 지루한 것도 아닌...책은 술술 읽히고 그것도 너무나 재미있게 읽힌다. 요즘의 미스테리 장르나 추리소설과는 다른 가독성으로 말이다.
이제 1권만 읽은 상태에서 1권에 대한 리뷰만 먼저 쓰고 있지만 2권이 더 흥미진진할 것 같아서 어서 읽고 싶어진다. 1937년 9월 헝가리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 '토스카'를 보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언드러시 레비.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이제 곧 파리에 있는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를 하러 떠나는 그에게 형인 '티보르'가 작별선물로 보여주는 오페라였다. 헝가리의 풍경과 그와 형의 우애어린 모습 그리고 곧 떠나는 그에게 어떤 부유한 부인이 파리에 있는 아들에게 전해달라며 짐꾸러미와 편지를 전달받는 언드러시는 얼떨떨한 상태로 짐을 받아 파리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진심어린 축복기도를 하는 형과 헤어지는 장면에선 뭉클했다. 유대인의 유대감이 소설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내 파리에 입성하는 언드러시. 그런데 미국에서 태어난 저자는 분명 미국작가임에도 1937년도의 유럽 정세와 헝가리와 프랑스 파리에서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바로 그 시대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도록 세세하게 묘사하고 설명한다. 그런데 설명투로 지루한 것이 아닌 감각적인 문체와 우아한 문체가 돋보인다. 정말 계속 읽고 싶어지는 고전의 향기가 느껴진다. 현대판 고전의 반열에 올라도 좋을 소설같다. 줄리 오린저 정말 멋진 괴물작가가 등장한 것 같다. 파리에서 힘들게 유대인 친구들 셋과 함께 씩씩하게 공부하는 주인공, 그에게는 좋은 인연들도 생기고 갑자기 장학금이 끊기게 된 위기에서 기차에서 만났던 신사를 찾아가 극장에서 일자리를 얻게 된다. 그리고 비밀스럽게 전해달라던 편지의 주인공인 클러러 모르겐슈테른 양을 만나게 되는데 서른을 갓 넘긴 그녀는 열여섯살이나 되는 딸 엘리자베트가 있다. 어두운 과거를 지닌 그녀의 이야기를 다 알게 되는 언드러시...9살이 넘는 나이차이에도 그때에는 이미 그들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연인이 되어 있었다.
세계 정세는 나날이 어두워져 가고 유대인들은 곳곳에서 린치를 당하기 시작한다. 언드러시의 친구도 그런 폭행을 당하고 마는데.. 독일과 헝가리 그리고 파리의 세계정세는 날이 갈수록 급박하게 흘러가고 비자문제로 다시 헝가리로 들어가야만 하는 언드러시.. 2권에서 이 두 연인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너무나 궁금하다. 어서 2권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