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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 4285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나무의철학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뉴욕 타임스 논픽션 1위, 2012 아마존 선정 '올해의 책' 에 선정된 이 책 <와일드>를 드디어 읽었다. <127일>의 생존기와는 또 다른 느낌의 논픽션으로 물론 이 책은 부상을 입거나 생존에 대한 책은 아니지만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있었던 한 여성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4285km 를 그 여성 스스로 적어나간 대기록이다. 미국의 서쪽 아홉개 산맥과 사막과 황무지가 그 여정에 포함된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더 나가는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남자들도 들고 매기 어려워한) 한걸음 한걸음 자신에 인생에 있어서 무언가 획기적인 일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리라는 사실을 아는 채 혹은 모르는 채 걷고 있는 이십대의 아름다운 여성. 남편과 이혼하고 전남편과 연락이 이어지지만 이미 수많은 연애와 마약에까지 빠져서 갈 곳을 몰라하던 한 여자의 고백이자 망가져버린 자기자신의 존재의 회복을 위한 한걸음이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그녀의 어머니의 죽음에서부터였다. 오스트리아에서 '킴 코흐트' 식당을 연 유명한 셰프인 김소희씨도 어느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죽음에 죽고 싶어했고 몇년을 방황했다는 인터뷰를 보면서 어떤 이에게 어머니는 이토록 큰 희망과 절망의 존재가 되는구나...여겼는데 바로 셰릴도 그러했던 것이다. 물론 나에게도 엄마는 그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사랑이 된다. 돌아가셨을때 나는 어떨까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지금으로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아무것도 짐작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셰릴처럼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어쨌든 그녀의 과거의 이야기와 크레스트 트레일에 참여하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마침내 트레일에 참여하면서 참고하게 되는 두툼한 책과 그 책을 교전처럼 여기며 엄청난 짐을 함께 가지고 다니며 생존을 해나간다. 그리고 그 외로운 길에서 위기의 순간마다 만나게 되는 남자들은 다행히도 점잖고 착한 사람들로 그녀에게 큰 도움을 준다. 모르는 남자가 초대해서 그남자의 부인에게 맛있는 따뜻한 가정식을 대접받는 일화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젊은 여성의 나홀로 여행기에 다행히 하나님의 축복만 있었기에 약간씩 마음을 졸이다가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필체는 정말 놀라워서 날카롭고 매력적이다. 마치 남성이 쓴 글처럼 이 책의 제목처럼 와일드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트레일 여행기는 정말 놀라웠다. 미리 보급품을 트레일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거치는 휴게소처럼 만들어 놓은 캠프에 보내놓고 하나씩 지급받는다. 물론 자신이 보내놓은 것이지만 너무 신기하다. 사람하나 없어 갈증으로 죽을 뻔 하다가도 마침내 캠프에 도착해서 길의 중간에 만났던 남자들을 다시 만나 동지애를 느끼기도 하고 나중에 여행이 끝나고서도 연락을 했는지 책의 말미에 그때 만났던 청년중에 한명은 일찍 유명을 달리해서 안타까운 글도 실려 있다. 한 여성으로서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는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살아가는 나로서는 정말 대단하고 부러울 뿐이었다. 그녀는 해냈고 이 여행 이후에 완전히 사람이 달라졌다. 웨이트리스로 근근히 살아가던 그녀가 지금은 주목받는 미국의 신예작가가 된 것이다. 그 일로부터 무려 17년이 흘러 2012년에 출간되어 그녀의 나이도 이미 마흔이 넘었지만 1995년의 그 일들은 영원히 그녀의 가슴속에 남아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