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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
한순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났다. 아이 책중에 <아이들이 묻고 노벨상 수상자들이 답한다> 라는 책이 우리집에 있는데 그 책도 청소년들에게 적절하고도 현명한 답을 해주는 양서였다. 혹시 그 책의 제목을 땄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한순구라는 한국인이 쓴 책이다. 실제 미국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릭 매스킨 교수와 드류 푸덴버그 교수로부터 게임이론을 지도받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반인들이 읽기 어려울 정도의 책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신기하게도 읽는 순간에는 쉽고 정확한 곳을 찌르는 글쓰기 덕분에 잘 읽힌다. 다 읽고 나면 금방 까먹는다는 것은 일반인의 한계이리라. 암튼 지적으로 굉장한 도전을 주는 책이다.
왜 사람들은 국민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질까? 정부가 굳은 약속과 거짓말 사이를 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강보험 기금은 정말로 고갈될까? 왜 나이들수록 더 가난해지는 걸까? 더 많은 지지층을 가진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어째서 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할까? 국책사업은 정말로 국민의 진심을 반영한 것일까? 과연 정부가 시장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빈곤의 종말을 실현할 것인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응급처치가 아닌 진짜 치료는 무엇일까? 등 21가지의 물음 하나하나가 시민이라면 가질 수 있는 질문들이다.
왜 사람들은 국민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질까? 를 우선 본다면 선의의 정부라는 환상을 깬 공공선택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뷰캐넌이라는 인물을 간단하게 먼저 소개하고 시작하고 있다. 198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그는 '개인의 이기심과 달리 선한 경제주체로 받아들여지던 정부에 대한 환상을 깬 공공선택이론' 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지금의 집권당이 가진 딜레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국민 전체의 이익을 키우기보다 정부 조직을 키우는 것에 일차적인 관심이 있어서 그걸 잘 모르는 시민들은 잘못된 정치인을 뽑게 되는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함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일어나선 안된다고 그렇게 굳게 믿고 다짐했음에도(해외에서 누가봐도 자연을 망치는 사업이었다) 어르신들의 일방적인 선택으로 대통령이 결정되었고 이내 한사람의 숙원사업인 그 사업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마치 일본만화 21세기 소년에서 일어난 일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난 것 같아서 경악을 했었다. 그 만화에서의 정치인도 어려서부터의 환상을 이루려 하고 결국 그렇게 된다.
고령화 사회가 고속화 되면서 왜 나이들수록 더 가난해지는 걸까? 라는 생각들을 하게된다. 지금은 사실 예전 IMF나 몇년전 전세계적인 불황이 아닌데에도 불황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데에도 저축은 늘고 있다고 한다. 부유층에서조차 그 지갑이 잘 열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있는 사람들은 좀 써줘야 경제가 돌아가는데...하긴 고급품을 쓰기 때문에 일반적인 중소기업이나 창업을 하는 일반 가계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그러니 유명한 브런치 식당은 잘되고 서민식당들은 잘 안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또한 가속화되는 것 같다. 라이프사이클 가설과 미래대책이론의 개척자인 프랑코 모딜리아니 교수의 생각들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얼마 안 있으면 정말로 100세 시대가 되면서 60세 이전에 은퇴하는 노인층의 문제가 정말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게다가 늙을수록 의료비등이 곱절로 든다고 한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건강한 노인층을 위한 일자리 확대가 필수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들의 이론과 실제를 결합해서 저자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서 쉽고도 간편하게 이론들을 접할 수 있어서 놀라웠다. 하지만 그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를 읽었을 때처럼 지적인 즐거움이 넘쳐났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한국판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