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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
이부키 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이부키 유키의 소설은 처음 접해보았다. 처음엔 일견 지루한 내용일거라 생각해서 늦게 손이
갔는데 한번 읽으려고 앉으니 앉은 자리에서 꼼작 못하고 다 읽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일본 소설 특유의 말랑말랑함과 따뜻함과 배려심등이 가득한
소설이었는데 그런 이유 외에도 뭔가가 나를 사로잡았다. 바로 내가 마흔이기 때문에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리라..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서른 아홉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에 이르면 이미 마흔이 넘었다. 딱
내 또래의 나이의 이야기인 셈이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고 따뜻한 로맨스 소설이다. 성애소설도 아니고 바로 그 면이 좋았다. 친구처럼
연인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해 가는 장면들이 지금 나를 위로해 주듯이 그렇게 이야기들 사이로 빠져들어갔다. 도쿄에서 온 도련님같은 남자 스가
테쓰지. 해변의 작은 미와시 마을은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그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머님의 별장같은 집이 있던 곳. 어머니는 치매끝에
돌아가셨고 자신의 아내는 젊은 스포츠 강사와 바람이 났고 자녀의 교육문제로 말다툼 중이며 아내는 승승장구 하는 증권사 직원이지만 자신은 별 볼
일 없이 자리를 지키는 은행원이다.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지 않는 희한한 증세와 잠을 잘 수 없는 불면증에 시달리다 장기간의 병가를 얻어 어머니의
유품도 정리할겸 내려왔다. 그래도 도시 특유의 차도남이라서 클래식을 좋아하고 어딘지 음울하면서도 지적인 분위기.
키미짱은 이 마을에서 살았고 음식점에 실패한 요리사인 그의 남편은 길거리에서 병사했고
아들도 열두살의 나이에 바다에서 실종되었다. 아들이 치던 피아노와 좋아했던 클래식을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는 중졸의 자신이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키미. 키미는 솜씨가 좋아서 스가의 넓은 어머니의 집을 정리해 주고 대신에 클래식에 대해서 스가에게 이것저것 배우기로 한다. 거의 키미의
어깃장이지만. 밝고 맑은 키미의 보살핌에 점차 마음의 문을 열어가고 키미가 일하고 있는 주점겸 식당에서 마담과도 친해지는 스가. 어딘지 소년같고
소녀같은 그들은 아직 서른 아홉이라는 나이가 실감나지 않는다. 서로가 간직하고 있는 아픔들을 서로가 알게 되고 위로해 가면서 그들 사이에서는
감정이 싹튼다. 산전수전 다 겪은 키미로서는 사랑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결국 그의 가정을 위해서 그를 떠나게 되고..마지막 나비부인 오페라
감상을 위해 스가의 어머니의 기모노를 입은 그녀는 몰라보게 하얗고 작고 단정한 여성이었다. 스가와 정말 잘 어울리는데.. 바람을 정리하고 다시
스가와 합치려는 아내가 얄미울 정도였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될까. 나이도 많은 남자와 결혼하려는 키미는 결국 스가와 좋은 결말을 맺을까?
그것은 이 책을 읽게 될 사람들을 위해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고 다 읽고 나서도 한참동안 마음이 설렌 경험을
오랜만에 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만났어야 했을 두 남녀의 이야기. 운명은 따로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