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철학하기 - 낯익은 세상을 낯설게 바꾸는 101가지 철학 체험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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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숨을 쉰다. 때로 설거지를 하면서 무아지경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늘 어떤 행동 하나하나를 하기 위해 생각하지 않을 때도 있는 것 같다. 그저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도 많다. 이 책 '일상에서 철학하기' 는 점점 생각을 열심히 하기 보다는 그저 생존을 위해 매일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번뜩이는 사유를 안겨줄 것이다. 낯익은 세상을 낯설게 바꾼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무의식적 행동에서 벗어나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의 입시는 논술시험으로 유명하다. 바칼로레아라고 하던가. 한국어로 번역된 그 논술문제들을 보면서 십대의 후반을 지나는 아이들이 제대로 사고하는 힘을 기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한자도 배우고 공자왈 맹자왈 아는 것은 많지만 사고의 깊이가 없고 토론을 할 줄도 모른다. 입시는 입시일뿐.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그 동안의 얕은 지식들은 바로 굿바이이다. 프랑스의 이야기를 왜 꺼냈냐하면, 이 책은 바로 프랑스의 철학과 교수가 쓴 책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너무 엉뚱한 부분들이 있어서 이게 무슨? 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저자를 보면 그렇게 엉뚱하기만한 책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분명 이 일상속의 철학하기는 엉뚱한 것들도 많지만 다시금 생각하는 회로를 자극하기엔 아주 좋은 책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101가지 해보기는 하나같이 이상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의외로 해보면 아하~ 이렇게 '내'가 '나'를 다시 만나는구나. '남'(타인)을 보게 되는구나 하는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피로와 정면으로 맞서기, 과식으로 정체성 탐험하기, 방 안에서 동물이 되어보기, 죽은 새를 무심하게 쳐다보기, 까맣게 잊었던 장난감과 재회하기,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눈을 감고 상상하며 샤워하기, 어울리지 않는 옷 입어보기, 말을 한다는 사실에 집중하기, 혼자서 아무도 모르게 시위하기, 아무것도 먹지 않고 생각하기...

 

이 중에서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내 이름 불러보기가 역시 가장 강렬하다. 누구의 엄마로 불리는 요즘의 나. 내가 내 이름으로 불려본지 얼마나 되었을까.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에 들어가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변의 미세한 소음에 귀 기울이다가 이제 큰 소리로 당신 이름을 불러보라, 또박또박 분명한 발음으로 반복해서 부르고 또 불러보라. 계속 십분 이상 한다면 서서히 누군가가 당신을 부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이것은 당신의 목소리이다. 동시에 저기 어딘가에 있는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이기도 하다....나를 통해 안과 밖을 체험하고 둘이 분리되는 느낌...이제 이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 어떻게 그 괴리감을 없애고 두 개로 분리된 나를 다시 하나로 합칠 것인가? 방법은 간단하다. 크고 힘찬 목소리로, 가능한 한 아주 자연스럽게, 이렇게 말하면 된다. "알았어, 금방 나갈게!" -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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