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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미치오 슈스케의 <달과 게> 나 <물의 관> 처럼 한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의 성장소설이다. 역시 작가가 다르니까 또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고 분위기가 다르구나. 도대체 일본 소설들의 작가군은 어찌나 튼튼한지 몇 해전 '고백'의 작가가 히트를 친 것처럼 또 다른 작가들이- 나이가 많던 적던 - 등장하고 또 등장하고 데뷔작부터 놀라울 정도로...그 점이 매우 부럽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읽으면 재미도 없고 어렵기만한 순수소설 내지는 인터넷 소설처럼 가벼운 소설만 등장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일본소설에 빠져있는 건 아닐까.
암튼 대충 읽었을 때에는 가볍기만 하고 나이 마흔에 이런 중학생들의 이야기는 별로다 라고 읽었다가 다시 처음부터 정독을 했더니 왠걸, 나 역시 옛날 나의 중학교 시절로 고고씽 해버렸다. 그 당시는 정말 말도 안되는 것에 마음을 뺏기곤 했고 별 것 아닌 걸로 친구들 사이가 틀어지기도 했고 정말 별 것 아닌걸로 엄마에게 엄청난 투정과 반항을 하기도 했었지...더구나 이 소설의 배경은 요즘 시대의 학생들인데 더하면 더했지...나는 남녀공학이 아닌 여중 여고를 나온지라 중학교 시절부터 사귄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생소했지만 읽는 것만으로도 어떤 고민들이 있을지 어떤 미묘한 따돌림이 있을지 알 것 같다.
세리카와 사치와 이 소설의 주인공 고바야시 앤은 늘 붙어다니는 삼총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세리카가 사치와 함께 고바야시가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따돌리고 있다. 작년에는 세리카와 고바야시가 사치를 그렇게 대했다니 중학교 여자아이들에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대놓고 따돌리지는 않았지만 싸운것도 아닌데 서먹해 지는 일...나도 경험했었으니까. 그런데 거기에 20대 총각선생님인 부담임인 사카타의 부담스러운 관심으로 아이들이 고바야시 앤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 점도 있다. 이에 앤이 사카타 선생의 '그러니까~' 입버릇을 지적하듯이 말했더니 그때부터 역시 선생같지도 않은 사카타의 복수가 시작된다. 은근히 앤을 노려보고 수업중에 창피를 주는 등 지능적으로 괴롭히는 찌질한 부담임 사카타. 게다가 이미 헤어진 예전 남자친구가 다른 이들에게 떠벌린 듯한 자신들의 관계. 모든것이 까발려지는 듯한 느낌은 사춘기 소녀의 민감하고 세심한 감성을 그 아슬아슬한 균형을 건드렸다.
이 소녀는 이상하게도 죽음에 대한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소년범들의 이야기나 자살한 아이들의 이야기 뉴스에서 나오는 잔혹한 죽음. 게다가 죽은 소녀처럼 만드는 구체관절인형인 '임상 소녀'라는 사진집까지 가지고 싶어할 정도로 좀 마이너한 취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도 역시 사춘기 시절 잠시 매혹당하는 것은 아닐까. 비슷한 사람끼리는 알아보는 걸까. 도쿠가와 라는 소년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는 고바야시의 이야기로 소설은 갑자기 미스테리 계열로 흐른다. 그리고 도쿠가와가 함께 이 소설의 축을 이루며 이 둘의 관계가 중요해진다. 하지만 역시 결말은 성장소설. 그러니까 도쿠가와와 고바야시 앤은 심리적으로 밑바닥까지 가볼만큼 가봤고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결국에는 안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묘한 취향도 점점 정상적인 사람들의 것으로 돌아올 것이다...한 소녀의 복잡미묘한 사춘기의 모습을 잘 그렸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오츠 이치의 소설 <Goth> 의 주인공들도 살짝 떠오르는 그런 소설이다. 물론 그렇게 피가 낭자해지는 소설은 아니다. 모든 것은 그들의 머리속에만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