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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아빠가 늦게 온 이유는 말이야 ㅣ 한림 저학년문고 30
이치카와 노부코 지음, 김버들 옮김, 하타 고시로 그림 / 한림출판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 저학년 문고나 중학년 문고 중에서 우연하게도 일본 작가의 책들을 많이 읽게 되었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저학년 문고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일단 상상력이 매우 풍부하고 교훈을 막 주려는 그런 책들 보다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생각주머니를 키워주고 읽다보면 정말 푹 빠지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도 읽어보니 그런 책이었다. 물론 메기가 지진을 일으키고 천둥신이 있는 등 일본색이 좀 느껴진다.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일본에는 신이 많다. 그래서 전설과 신화와 지방색이 있는 그런 민화나 신화들이 많다. 그런 문화가 아동책에도 스며들어 있어서 얼마전에 읽은 <괜찮아요 괜찮아>도 배꼽을 가져가는 천둥신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배꼽을 잡고 웃으며 읽을 수 있는 유쾌한 책이었고 이번책에서도 천둥신이 나와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암튼 그런 일본문화를 알고 읽으니 더욱 재미있었던 듯 하다. 오히려 우리나라에는 없는 이야기라 더욱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게다가 뒤로 갈수록 정말 흥미진진해진다. 4가지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더욱 재미있다니.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과 그런 아이에게 빨리 가지 못한 아버지의 미안한 마음이 어우러져 아버지를 이야기꾼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 책. 아버지가 왜 늦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면 아들도 아버지를 용서하고 이해하지 않을까? 아버지가 지어낸 이야기들은 사뭇 진짜 겪은 일인양 아니 실제로 이 책은 동화책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어른인 나조차도 빠져들게 만든다.
'노를 젓느라 늦었단다' 편에서는 버스정류장에서 한 아이를 만난 아버지의 이야기다. 왠 아이가 늦은 시각에 버스정류장에 있자 자식을 기르는 어른으로서 그냥 보내지 못하고 아이를 데려다 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왠 조각배가 있고(비현실적이지만 의외로 푹 빠져든다니까..) 그 조각배를 열심히 젓는데 어느새 하늘위였다. 아이는 천둥신의 아이였고 천둥신은 아이가 가져온 작은 물병을 홱 가져가더니 살랑살랑 부채질을 하자 몽실몽실 검은 구름이 피어오르면서 밤하늘을 덮기 시작했고 천둥번개신은 "여러분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나기가 갑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도 가뭄이 심해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찌나 시원함을 느꼈던지. 우리나라도 이런 선한 사람이 있으면 비가 올까... 어서 비가 왔으면 좋겠다. 4가지 이야기가 모두 이런 식으로 진행되고 결말을 가져온다. 아이는 아빠를 기다리고, 아빠는 늦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근사하게 만드는, 참 재미나는 동화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