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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제국
외르겐 브레케 지음, 손화수 옮김 / 뿔(웅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우아한 제목이다. 우아한 제국...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처음엔 의아했지만 소설의 스토리에도 우아한 제국의 건설이라는 그런 내용은 어디에도 없지만 다 읽고 나서는 왠지 수긍이 가는 제목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을 읽은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그 작품을 읽었던 후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정말 유레카!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후로 장미의 이름이라는 작품에 버금가는 소설을 그 재림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감히 장미의 이름을 능가하거나 비슷한 감동을 받았다고는 쓰지 않으련다. 하지만 중세 시대에서 근대로 가는 그 시기에 있었을법한 요한네스 수사의 이야기며 묘한 가죽으로 만든 책의 존재, 수백년된 고서의 실존에 관한 책이라는 점에서 읽을 수록 흥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문체가 너무나 좋았다. 노르웨이작가의 책인데 '외르겐 브레케'라는 이름을 꼭 기억해 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아 게다가 2011년에 발표된 작품이고 해외에서도 돌풍과 극찬을 받은 작품이었다. 이 엄청난 데뷔작은 정말 그에겐 축복이 될 것이다. 작가라면 누구나 이러한 화려한 데뷔를 꿈꿀 것이다. 내가 보기엔 그는 정말 많은 소설들을 읽었을 것 같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을 것 같다. 한 사람의 작가가 탄생하기 위해서 천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암튼, 이 작품을 다 읽자마자 그가 내놓을 신작을 벌써부터 기다리게 되버렸다.
미국 버지니아 리치몬드에 있는 에드거 앨런 포의 박물관에서 벌어진 사서 살인사건. 죽음을 맞이한 이는 에브라힘 본드라는 사내다. 뭔가 수상쩍은 책에 대해서 연구하고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던 그에게 노르웨이에서 일찌기 없었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누군가를 확신하는 순간에 누군가에게 참살을 당한다. 그의 시체는...너무나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특히 그의 피부가 벗겨지고 목위의 부분은 휴지통에 처박힌 채로 발견되다니..너무나 끔직하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벌였을까. 비슷한 시기에 노르웨이 트론헤임에 있는 군네루스 도서관에서도 한 여성사서가 끔직하게 살해당한 채로 발견이 되는데 이 여성도 피부가 벗겨져 있었다. 게다가 이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바텐'이라는 남자는 아내와 아이가 집안에서 죽임을 당했지만 그 시체들은 사라져 버렸다. 당국에서 당연히 남편이자 아버지인 바텐을 수사했었고 혐의를 벗었었다. 참, 도서관에서 발견된 시체는 그와 관계를 했던 군 브리타라는 여성사서의 시체였다. 당연히 바텐이 의심을 받게 되고...
그리고 소설은 액자형식으로 5백년 전 요한네스 수사와 칼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이발사 그리고 그가 알렉산드로라는 해부학 실험을 하는 의사와 시체에 행하는 해부실험을 지켜 본 소년 시절의 요한네스의 이야기가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그리고 현대의 사서들이 연구하는 고서들은 요한네스 수사와 관련이 있다. 미국의 형사와 노르웨이의 형사가 등장하고 협업을 하며 점점 범인의 정체에 가까이 가는데...보통 이런 데뷔작은 시작은 장대한데 끝은 미미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거의 끝까지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쭈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에드거 앨런 포의 인생과 인간의 살가죽, 그리고 해부실험, 수수께끼의 고서, 5백년전의 요한네스 수사이야기등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는데 무척 세련되었다. 물론 요한네스 수사, 그리고 고서는 저자가 있을법한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라고 한다. 읽는 내내 오랜만에 느껴지는 지적인 추리소설의 향기에 취했던 것 같다. 리뷰는 리뷰일 뿐, 아주 일부분의 이야기일 뿐이다. 소설을 직접 읽는다면 풍부한 내용과 속도감과 의외의 범인에 놀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