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 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우리시대 가족의 심리학
한기연 지음 / 씨네21북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라는 다소 파격적인 책제목이 먼저 눈길을 끈다. 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것은 바로 가족. 세상엔 완벽한 가족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의 가정사에는 맏딸 컴플렉스, 막내의존적인 컴플렉스, 혹은 마마보이 파파걸 컴플렉스 등 스스로 느끼기에 완벽한 가족은 없을 것 같다. 나 역시도 맏이 컴플렉스가 있다. 게다가 어린 시절 혹독하게 혼나고 꾸지람을 듣고 체벌을 받았던 기억에 마흔이 된 나이에도 아직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때면 그러한 기억들도 함께 떠오른다. 왜 놀이동산에 가고 등산을 가서 부모님과 동생들과 함께 고추장돼지고기감자탕을 끓여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들 보다는 엄마에게 혼난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 것일까. 그래서 나보다 더한 체벌이나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이라면 더욱 심하게 자신을 옭아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확신이 들었다. 수많은 상담을 했던 사람들의 스토리텔링들이 가슴을 때렸다. 그 많은 상당한 이야기들 속에 조금씩이라도 나의 모습과 나의 과거의 모습들이 겹쳐지곤 했다. 물론 그렇게 심한 일은 없었음에도 왜 그토록 공감이 갈까. 가장 기대고 싶은 가족들에게서 가장 힘든 기억들과 감정적인 아픔이 있다는 사실은 정말 인간으로서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그것을 극복하기를 저자가 어루만져주고 상처를 다독여주고 있다. 가족에 의해서 만들어진 컴플렉스에서 벗어나는 방법들을 제시해 주고 있어서 왠만한 자기계발서보다 평소에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면 이런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언니들이 자신의 방패가 되어주고 잘 키워주는 것이 도리겠건만 동생을 방치하다시피 하다가 이혼한 후에 갑자기 친한 척을 하면서 집을 합쳐서 살자고 꼬드기는 친언니의 이야기라든가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어머니와 자신을 구원해 줄 착한 며느리를 찾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이상형은 커리어우먼에 냉철한 여성을 원하면서 실제로 결혼할 여자는 위의 여자를 찾게 되는 심리를 저자가 깨우쳐준다.

 

하나같이 충분히 대한민국에서 주변에서 잘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다. 나 역시 갈수록 사람들과의 소통과 관계보다는 혼자서 책을 읽고 집을 지키는 일들이 편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과거로부터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자신을 꾸며서 남을 대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는 이건 내 이야기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는 늘 양보하며 제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항상 상냥한 태도를 유지하는데 이것이 내 본연의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아이들을 대할 때에는 큰 목소리를 내며 이기적이기까지 한 내 본성을 남에게 보여지기 좋은 모습으로 꾸며내어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모습은 내 어린 시절 엄마에게서 인정받고 싶어한 맏딸 컴플렉스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하는....어제 밤 자정에는 아파트를 갑자기 울리는 날카로운 여자의 소리를 듣고 부부싸움이 심하게 난 줄 알았다. 계속 앙칼진 소리가 들리고 가끔 크게 쿵 하는 소리가 들려서 밖을 나가보았는데 바로 대각선 윗집에서 한 엄마가 초등학교 6학년인지 중학생딸인지에게 내지르는 소리였다. 그 순간 어찌나 가슴이 떨리던지. 정말 더 이상 심하게 한다면 그 집에 노크를 해서라도 그 아이를 구해주고 싶었다. 다행히 큰 체벌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다만 말로 하는 학대도 학대라는 것을 저 엄마는 모르고 있는 것인가. 가슴이 너무 답답해졌다. 이것이 현실이다. 평소엔 완벽하다가도 저렇게 한순간 무너질 수 있는 가족의 울타리인 것이다. 그 속에서 각자는 상처를 가지고 자랐을 지라도 그 대물림을 피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각고의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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