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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1960년대엔 쓰인 일본소설이다. 미치오 슈스케의 소개말이 없었다면 읽지도 못했을 것이다.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의 팬이기에 그가 남에게 알려주기 싫은 숨어있는 걸작이 있었는데 바로 이 작품이었으며 이왕 복간된 것 응원을 해주리라 마음 먹었다는 뒷 이야기에 역시 망설이지 않고 구입하게 되었다. 이미 많은 수의 일본 미스테리 장르의 소설을 읽은 터라 반전이 크게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1960년대에 이런 서술트릭이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미미 로이.. 스트립댄서인 그녀의 일상도 지금 읽어도 전혀... 1960년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그 옛날 이야기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전통적인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곳이기에 이 소설에서 그려지는 야시마 산업의 회장이 거처하는 곳이나 '클럽 레노'의 댄서에서 이 가문의 며느리로 들어가게 된 이후의 이야기도 요즘 보게 되는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아서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 책은 거기까지. 지금으로부터 40여년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어색하지 않다는 점. 마지막장에서 대반전이 있다는 점, 모두가 깜박 속을 것이라는 점. 물론 그 트릭마저 눈치채는 독자들도 많겠지만은 미치오 슈스케의 말처럼 밑바탕에 깔린 밑그림이 너무 잘 그려졌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이 책은 거기까지만으로도 걸작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어윈 쇼나 레이먼드 챈들러같은 영미권 작가의 번역가로도 활약했다는 고이즈미 기미코는 여성이다. 1985년에 계단에서 굴러 사고사로 숨졌다고 한다. 살아있었다면 이 책을 능가하는 지금도 회자되는 걸작을 남겼을 수도 있었는데 안타까운 죽음이다. 추리소설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통속적이고 술술 잘 읽히는 소설에서 마지막장에서 어? 하고 뒤통수를 맞고 다시 앞쪽으로 책을 뒤적여보는 즐거운 체험을 해볼 것이다. 물론 너무나 많은 일본소설들을 읽고 있는 분들이라면 예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전혀 맥이 빠지지 않는다. 나 역시 많은 트릭을 접한지라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신선했다. 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대반전은 솔직히 몇가지밖에 할 것이 없을 것 같았는데 작가들의 상상력과 쓰는 필력들이 정말 대단하다. 역시 아무나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미미 로이로서의 혹은 재벌가의 며느리로서 당찬 그녀의 일상과 그녀와 엮이게 되는 가문속의 사람들의 이야기 전개도 흥미로웠다. 두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정도로 술술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