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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IVY 테이크 아이비
데루요시 하야시다 외 지음, 노지양 옮김 / 윌북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에 공무원 월급으로 삼남매를 키우시며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셨던 어머니는 교회반주자도 하시고 평소에 자신을 가꾸기를 좋아하시는 분이셨다. 그렇다고 요즘 말하는 명품은 꿈도 못꾸는 형편이었지만 나름 작은 예산으로도 정말 옷을 잘 입는다는 말을 지금까지도 잘 듣는 분이시다. 딸들의 옷도 괜찮은 옷을 어디서 싸게 판다는 소식을 들으면 거기까지 가셔서 잘도 골라오실 정도였는데 왜 이 책을 읽기전에 이 이야기를 쓰는가 하면 그 당시의 어머니의 유일한 사치가 일본 패션 잡지를 구입해서 읽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 일본이 패션에 있어서 참 우리나라보다 앞서가는 나라구나 하는 것을 어린 나이에도 느꼈었다. 당시 한국에서 나중에 유행하는 옷들은 거의 일본에서 먼저 유행했던 옷들이었고 한눈에 보아도 일본 패션 잡지의 모델들이나 옷들은 세련되고 멋졌다. 이 책 "테이크 아이비"의 첫 시작은 1965년이다. "테루요시 하야시다"라는 일본인 사진가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교들을 돌면서 그들이 입는 옷, 취미, 공부, 독서하는 모습, 자전거 타는 모습, 쇼핑하는 모습등을 찍은 화보집이 바로 이 책이었는데 일본에서 출간되고 이후로도 전설처럼 되어버린 책이었다고 한다. "프레피룩"의 시작을 알린 책이니 말이다. 빈폴 스타일 같은 프레피룩이 요즘까지도 얼마나 인기인가를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 책의 초판본을 소장하려는 움직임에 희귀 도서가 되었다고 한다. 2006년 일본에서 복간되어 열광적인 호응으로 바로 절판되었고 다시 2010년에 미국과 유럽에서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11년에 드디어 한국어판도 소개가 되어 한국의 독자로서 읽게 된 것이라니 감개무량하다.
미국드라마 '가쉽 걸' 등을 통해서 현대판 프레피룩을 보며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그 룩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원조인 이 책의 프레피룩은 정말 소박하디 소박하다. 그 가운데에서 정말 자연의 멋과 학생의 멋이 어우러지고 짧고 딱 달라붙는 반바지에 양말을 신어도 멋스럽다는 사실을 느꼈다. 맨발에 스니커즈나 납작한 운동화나 구두를 신는 패션이 이미 1960년대 중반에 이루어졌다니... 아무렇게나 입은 것 같아도 히피스럽지도 않고 단정해 보이며 색감도 자연과 어울리는 그런 옷이다. 그들은 한 마디로 패션을 알았던 것이다. 그들이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거나 의사나 증권맨이 되어도 그들의 패션은 딱 떨어지고 세련된 정장스타일로 변한다. 멋진 모자를 쓴 채로. 그럼에도 세련되고 소위 깔맞춤이라는 것이 잘 되는 것이 학생시절의 이런 패션감각 덕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에서의 프레피룩은 정말 자연스럽고 소박하고 멋졌다. 조정 경기를 취미로 즐기는 모습이나 길거리 농구나 야구등의 운동을 즐기는 모습이나 그것을 구경하는 학생들의 모습, 교정이 워낙 넓어서 자전거로 이동해야 하는 그들의 모습, 운동할 때나 주말에 놀때는 확실하게 놀고 공부할때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등을 사진과 아이비가 가득한 녹색과 벽돌색의 건물의 조화와 함께 사진으로 남겨져 있어서 이 책의 가치가 그래서 빛나는 것 같다. 책의 부록에는 왜 아이비리그라고 하는지 어떤 대학들이 속해 있는지 그들의 옷장에 가지고 있는 옷의 아이템과 가짓수까지 평균적으로 공개되어 있어서 너무나 보는 재미가 있었다. 프레피룩의 원조를 보고 싶다면 아이비리그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꼭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