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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6일 - 유괴, 감금, 노예생활 그리고 8년 만에 되찾은 자유
나타샤 캄푸쉬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3096일. 그냥도 긴 세월인데 감금상태에서의 3096일이라면. 나타샤 캄푸쉬의 이야기는 당시에 정말로 큰 충격이었다. 몇년 후 이번에는 같은 오스트리아에서 친아버지에 의해서 감금되고 7명의 아이까지 낳은 희대의 사건이 밝혀지면서 이 사건은 묻혀져 간 듯이 보였지만 이 소녀에 대한 이야기도 워낙 충격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소녀에 대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지만 소녀는 범인과의 있었던 일에 대해 철저히 밝히길 꺼려하고 있었다. 이제 스무살이 넘은 당당한 이십대가 되어서일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본인의 입으로 글로 설명한 이 책이 나왔을 때에는 예전 기억에서 되살아온 그녀의 현재의 삶이 너무나 궁금했고 감금 당시의 상황도 궁금했었다. 내 일이 아니어서 다행이다는 내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인간의 저급한 심정도 한 몫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이 나오자마자 꼭 읽어보고 싶었다.
책을 읽어내려가자 담담한 어조로 거의 완벽한 기억력에 근거한 내용들이 펼쳐져갔다. 당시 열살의 나이에 외롭고 조숙했던 아이의 심정과 당시 유아성폭행 사건에 대한 뉴스 보도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당연히 저런 일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일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에게 닥쳐서 정말 얼떨떨했었다고 한다. 부모님은 살기 바빴고 자주 다투었던 일과 할머니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녀는 납치된 당일에 놀랍게도 범인과 맞닥뜨렸을때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별 일이야 있겠어라는 심정으로 그와의 대결을 받아들였고 지나치려는 찰라 이 청년의 손에 잡혀 트럭에 그대로 납치되어 그 길로 오랜 기간 해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이 책에서 놀라운 사실은 피해자 소녀가 매우 자존감이 떨어졌었고 엄마와의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피해자론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부모들의 양육태도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들은 이상하리만치 집에서 혼나고 나온 아이나 외로운 아이를 잘 알아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길로 그대로 3096일의 악몽이 시작된다. 처음엔 소녀를 달래고 양육하는 인형같은 존재로 맛있는 것도 갖다주고 장난감이며 옷도 주었던 범인이 몇년이 지나자 급속도로 소녀가 성장함에 따라 조바심을 느끼고 막 대하기 시작했으며 폭력을 행사했던 것이었다. 또 자신의 지하실에 있던 그녀를 때때로 위로 올라오게 해서 집안일을 시키고 집을 개조하는 일에 무거운 물건을 들게하거나 어려운 일까지 모두 시켰으며 작은 실수에도 그녀를 때리고 짓밟았음을 그녀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세세히 하나하나 밝히고 있었다. 물론 아주 자세히는 밝히지 않는다. 그녀가 밝히고 싶어하지 않은 부분은 밝히지 않은 느낌이다. 그래도 강간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성추행이라고 할 수 있는 성폭력적인 일은 수시로 일어났을 것이다. 상의를 거의 입히지 않고 집안에서 일을 시켰다고 하고 아무데나 때리고 찼다고 하니 말이다.
처음에 범인이 잘 해주면서 제발 이대로 지냈으면 했는데 갈수록 포악해지고 심해지는 학대에 마음이 너무나 안스럽고 답답해져갔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범인에 대한 분노를 넘어 이러한 모습을 한 청년에 대한 반감마저 생겼다. 오스트리아여서 백인남자의 모습에 범인의 인상착의가 그대로 머리속에 그려졌다. 어떻게 대낮에 그것도 주택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주민들은 몰랐을까. 범인의 모친이 주말마다 왔었는데 너무나 철저하게 집안을 청결하게 하고 정리를 해서인지 몰라도 전혀 몰랐다고 하니 말이다. 소녀는 지하의 벙커같은 곳에서 갇혀 있었으니 아무도 몰랐을 수도 있지만 해도 너무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구상에는 감금상태나 노예생활을 하는 어린이들이 미국에서만 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는 너무나 많고 말이다. 나타샤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농장에 팔려가거나 매춘이나 앵벌이를 하는 어둠의 세력에 팔려가는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우리 어른들이 그런 상태의 아이들을 다 구원할 수는 없을까. 나쁜 어른들은 세상에 너무 많다. 그런 사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3096일. 우리 모두는 이 숫자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