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혼비의 노래들

닉 혼비의 노래(들) - 닉 혼비 에세이
닉 혼비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1년 8월

영국 영화인 '어바웃 어 보이' 를 너무나 감명깊게 그리고 재미있게 보았었다. 휴 그랜트의 마지막 멋진 모습이 아닐까 싶은 영화이다. 벌써 몇 년이나 지나버린 영화인데 엊그제 영화인 것 같다. 영화에 출연했던 그 앳된 소년이 지금은 성인이 다 되었으니 정말 세월 참 빠르다. 그런데 그 영화의 원작을 닉 혼비 라는 인물이 썼다는 것을 안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닉 혼비는 또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 '언 에듀케이션' 이라는 영화의 원작도 썼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그 영화 역시 너무나 인상깊게 보았었는데 말이다! 영국에서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가수는 아니지만 한 음악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하기사 '어바웃 어 보이'에서 휴 그랜트가 맡은 역이 한물 간 음악인으로 저작권료를 받으며 유유자적 살아가는 남자가 아니었던가.

이 책 닉 혼비의 노래들에서는 닉 혼비가 왜 이런 노래를 추천하고 좋아하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단상과 수다가 들어 있다. 영국의 문화와 밥 딜런이니 하는 예전 가수들을 잘 몰라서 읽으면서도 혼란스러웠지만 이 사람만의 감성이나 내뱉어내는 문장들은 역시 사람의 마음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처럼 잘 표현해 낸다. 그냥 써갈기는 것 처럼 보여도 그 속에는 그만의 인생철학과 노하우가 숨어 있다. 그래서 닉 혼비가 소개해주고 있는 노래들은 몰랐더라도 한번쯤 꼭 찾아보고 싶어진다. 피아노가 나오다가 창조적인 노래가 올라가고 대위법적이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글에서는 그의 음악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유식함을 느껴볼 수 있다. 암튼, 그가 추천해 주는 곡 중에서 찾아 본 노래들이 있다. 요즈음에는 유투브가 있어서 왠만한 곡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옮긴이도 닉 혼비의 노래를 듣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큰 소득이라고 한다.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Thunder Road, 틴에이지 팬클럽의 연주곡들, 넬리 퍼타도의 I'm Like a Bird, 레드 제플린의 Heartbreaker,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One Man Guy, 로드 스튜어트의 Mama You Been on My Mind, 비틀스의 Rain, 애니 디프랑코의 You Had Time, 에이미 만의 I've Had It, 밴 모리슨, 솔왁스, 닉 케이브, 로스 로보스의 노래들로 총 35곡을 추천해 주고 있다. 신기한 것은 그는 주로 가수보다는 노랫말을 중요시 여겨서 곡 자체로 알게 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핑크 플로이드를 클래식 쪽으로 가지 그랬느냐는 말은 너무나 신선한 평가였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닉 혼비만의 해박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그의 글쓰기는 참 무섭도록 부러울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