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남성작가 8인의 아주 특별하며 발칙한 판타지를 잘 읽었다. 예전엔 참 단편소설을 좋아했고 찾아서 읽을 정도였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스토리가 있는 편안한 글을 더 찾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오래전에 읽었던 책의 습관들을 다시 생각나게 해 주었고 다소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남성작가들만의 색스런 판타지가 돋보이는 책이다. 작가들의 나이를 살짝 훔쳐보니 주로 1970~ 74년생으로 73이나 74가 많았다. 딱 내 나이의 남자들이 쓴 소설이라...더욱 흥미가 생겼다. 한국나이로 38~40세 전후의 남자들이고 그 아내들도 비슷한 나이일 것이다. 서서히 싱싱한 젊음도 사라지고 남자들은 사장배가 불룩 솟고 여자들은 허리가 없어지고 허벅지며 팔뚝에 나잇살이 덕지덕지 붙기 시작한다. 지하철에서 떠드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의 허세어린 소음에도 고개를 살포시 돌리고 눈쌀 찌푸리며 앉아있는 비겁해지기 시작하는 그런 나이.. 잘 나가던 외국계 회사에서는 마흔이 넘어가면 눈치가 보이고 해고가 잘 되는 나이이며 여자들은 집안일과 아이들 양육에 지쳐가고 더 늦게 전에 나 자신은 무언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은 무언가 허탈해지고 무언가를 찾고 싶어하는 그런 나이..차라리 나이 오십이면 많이 포기할 것들이 포기도 안되고 그런 어중간한 나이. 아줌마 아저씨란 소리를 들으며 화들짝 놀라는 그런 나이이다. 그런 나이의 남자들이 쓴 글이라 그런지 여자이지만 공감이 많이 갔다. 무언가 공허하고 외롭고 허탈하기까지 한 글들을 보면서 너털웃음이 흘러나왔다. 이 소설 모음집의 제목이 '남의 속도 모르면서' 라는 사실에 또 한 번 웃고 말았다. 첫 소설인 [섹스낙서상]은 그야말로 발칙한 상상력의 집합체이다. 그러나 그 다음 작품인 [꼴랑]은 재미가 없었다. 예전 한국소설을 읽는 듯한 촌스러움이 싫었다. 그 다음 작품은 의자랑 사랑에 빠진 한 도착증세를 지닌 한 남자의 이야기다. 모든 사랑을 잃어버린 한 혼란스런 화가의 이야기이다. 남은 작품인 흡혈귀, 육체 혹은 다가오는 것은 수학인가 , 모르겠고, 배롱나무 아래에서, 풀코스 등은 비슷한 연령대의 성인들이 느낄 수 있는 혹은 결혼해서 이쯤 살아온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짙은 페이소스도 묻어남과 동시에 관능적이고 추잡하고 발칙하고 뭐 그렇다. 역시 소설가들은 대단하다. 머리말에서 누군가 쓴 '극치의 감정적 희열과 타자성을 품고 있는 섹스, 작가로서는 당연히 포기할 수 없는 포기하기 힘든 주제다. 왜냐하면 작가들이란 그 극치의 감정 속에서 교란되는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기를 원하는 존재이며 또한 타자성을 통해 자신의 실존에 걸어둔 암호를 풀고자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라는 글로 함축될 수 있다. 그들이 전해주는 명상과 사유, 성과 속의 메시지를 잘 전해들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