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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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설들이 만족스럽자 예전에 출간된 책들도 앞다퉈 출간되는 것 같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아주 재미있고 인상깊게 읽어서 이 책도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다. 2004년에 출간되어 2005년 북유럽 최고의 장르문학에 수여하는 글래스키 상을 받았고 스웨덴에서 14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비스트]가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다. 당연히 읽어볼 수밖에.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이 책은 비스트: 짐승같은 한 인간의 흉악한 범죄와 그 주변에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경찰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스릴러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긴장감과 속도감을 가지고 있어서 가독성이 훌륭한 책이다.

과거 범죄에 연루되었다가 갱생하여 범죄자를 돕는 이가 된 버리에 헬스트럼과 사회부 기자로 활동했던 안데슈 루슬룬드가 만나 '비스트'를 시작으로 다섯편의 소설을 함께 썼다고 한다. 버리에는 어린 시절에 동성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던 너무나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어서 이 책에서의 등장인물들이 어린 시절에 당했던 그런 아픔들이 자세하게 묘사된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은 심정이 든다. 옮긴이가 잔혹하고 반복되는 장면과 심한 욕설은 약간씩 삭제하고 썼다고 하니 원작은 얼마나 더 하드할지 짐작이 간다.

아동에 대한 성폭행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이다. 범죄중에서 가장 심한 범죄이다. 아이들의 미래와 영혼까지 짓밟는 이같은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재발방지를 위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반대로 너무나 잔혹한 묘사는 아이들을 또 한 번 못살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진다. 비록 책일지라도 이렇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크게 분노할 수 있게 만들다니. 작가들의 의도에 맞아떨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아홉살난 두 소녀가 어떻게 한 남자를 따라가게 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시작부터 덜덜덜 떨린다. 어떻게 이런 놈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놈은 곧 잡히게 되지만 룬드라는 이름의 연쇄성폭행살해범인 이 짐승은 차에서 탈주를 한다. 이혼남인 프레드리크는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어린 딸 마리를 늦게나마 유치원에 맡긴다. 해야 할 일이 남아서 그런 것인데 집에 돌아와야 할 마리가 사라진다. 다섯살짜리가 사라졌다는 것은 납치밖에 없다. 마리는 모르는 길로 혼자 갈 아이가 아니다. 룬드가 탈주했다는 긴급 뉴스를 보고서야 유치원 앞에서 마주친 남자가 그라는 사실을 깨닫고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한가닥 희망도 사라져 버린다. 마리가 너무나 참혹한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나도 자녀들을 기르는 부모로서 좌절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짐승은 분명 있다. 우리나라에도. 조두순 사건만 보아도 화장실에서 발견이 조금만 늦었으면 소녀는 죽었을 거라 하지 않았던가.

이 책도 스릴러이자 반전이 있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책표지에서 언급한 이상은 언급하기 힘들다. 프레드리크의 주변 인물들, 감옥에서 변태성폭행범을 처단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죄수 스티그 릴마센, 간수, 노련한 노수사관인 에베트 그렌스와 후배 스벤형사,검사, 법의학자 등 많은 이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름만으로도 북유럽의 이름들이라 처음에 헷갈리고 어려웠지만 일단 한번 적응이 되면 등장인물들의 반복에 그리 어렵지 않다. 마지막까지 단번에 읽게 되는 힘이 있지만 아동에 대한 범죄는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 사회의 짐승들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그들을 대비하는 예방대책이나 교화하는 것은 그러는 척 하는 범죄자에 비해 얼마나 약한지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런 범죄자의 가까운 곳에 살지 않기를 바래야만 하는 걸까. 짐승은 짐승일 뿐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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