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 2011년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강희진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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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은 강희진씨의 <유령>이 당선되었단다. 1억원 고료의 대표적인 문학상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올해  읽었던 한국소설중에 제일 좋았던 '7년의 밤'의 정유정씨도 제 5회때 내 심장을 쏴라로 대상을 수상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읽기도 전부터 왠지  정감이 갔던 책이었달까. 게다가 책의 소개도 탈북자의 아픔과 리얼리티를 갖추고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자살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내용이라고 적혀  있어서 7년의 밤과 같은 서사와 뛰어난 묘사의 책인 것으로 지레 짐작을 하였다. 전혀 다른 사람의 작품을 가지고 그런 상상을 해 본 것이  잘못이었다. 그래도 이 책도 수준이상은 되는 책이다.


현실의 삶은 성공한 배우도 아니고 그렇다고 확실한 직업도 없는 하루 벌고 겨우 살아가는 탈북자 젊은이인 '나'는 하림이다. 서하림. 하지만  온라인 세상에서는 쿠나사기 군주로 불리우는 리니지의 한 혈맹을 이끄는 군주이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인 것이다. 소설은 PC방에서 한달이 넘도록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씻지도 않은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저 나흘 정도 지난 줄 알았던 '나'는 PC방의  종업원의 말에 깜짝 놀란다. 한달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게임만 하면서 누군가의 심한 냄새라고 생각했던 것도 자신의 냄새였던 것이다. 이런  꼬질꼬질한 인물이 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에 잡혀간다. 늙은 뉴비 형사와 반장.. 뉴비라는 말도 게임 용어인가 보다. 암튼 '회령아저씨' 라는 다른 탈북자의 눈알이 백석공원에서 발견되었는데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꾸며져 있어서 더 엽기적이었던 것이다. 그런 회령아저씨에게 문자를  보내자 답장이 온다. 회령아저씨는 죽은 것일까 산 사람일 것일까? 그 이후의 이야기에서도 회령 아저씨는 많이 등장하지만 살인사건 이후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한번도 없다...과연 살인자는 누구일까?


여기서 '나'는 갑자기 탈북자에 남한에서 대학의 연극영화과로 들어간 대학생이 되었고 거기서 현재 최고의 섹시하면서도 가장 인기많은 여배우  마리의 애인이었던 것으로 나온다. 아까의 그 냄새나는 걸인같은 사람과 전혀 매치가 안된다. 그 이후론 아까의 그 걸인같은 장면은 거의 잊혀진  채, 배우로 한 동성애 영화에 출연하게 될지도 모르는, 혹은 방송국 피디에게서 연락이 오는 괜찮은 배우로 변신하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조금  말이 안되고 일관성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다. '내' 가 묘사하는 지금은 과거일수도 있고 현재일수도 있고 또 환상인지 꿈인지  내가 '주철'인지 '하림'인지도 헷갈리게 진술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모두 약을 하는 사람들처럼 몽환적으로 나온다. 대사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고 주변인물들도 그렇다. 대딸방에 다니며 포르노성 영화도 찍고 누드사진도 찍는 엄지와 인희, 룸메이트인 손오공, 원빈을 닮아서 인기는 많지만  여자에게는 관심없고 오로지 히로뽕에만 관심이 있는 남한청년 똘아이와 함께 다니는 바퀴까지. 어딘가 이 사회에서 주변으로 밀려나 버린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와 탈북자들의 지난날 굶주렸던 삶과 지금도 역시 팍팍한 삶이 교차적으로 보여진다.


소설은 중간엔 좀 지루하다가 읽어나갈수록 지금까지의 비밀들이 하나씩 벗겨져 나간다. 그제서야 아까의 몽환적인 내용중에서 진짜는 무엇인지  판별이 되어간다. 진짜 범인은 누구였을까? 리니지 게임에서 진 사람의 눈알을 전리품으로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피멍>이라는 캐릭터는  과연 현실속에서 누구인가. 인희인가 정주아줌마인가 혹은 나 주철인가 하림인가.. 이 모든 것은 소설을 끝까지 읽은 사람의 몫이다. 다 읽고  나서는 뭔가 생각할 여운을 남겨주는 소설이다. 그것만으로도 아마 대상감이 맞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은 결말이 좋으면 다 좋은데 이 소설도  결말에 이르는 부분에서 여운이 남게 되었고 추리적인 요소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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