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지음, 홍연미 옮김, 찰스 키핑 그림 / 열림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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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게리 올드만과 위노나 라이더, 키아누 리브스가 나왔던 드라큘라라는 영화를 보았었다. 당시 굉장히 몽환적이고 퇴폐적인 화면으로 아주 강렬하게 다가온 영화여서 청소년시절에 읽다 말았던 드라큘라 축약본이 생각나서 다시 읽게 되었다. 영화의 내용이 거의 원작과 많이 비슷했다는 점이 놀라웠고 축약본이 아닌 제대로 원전을 번역한 책을 읽고 싶었었다. 이번에 열림원에서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의 방대한 원본을 치밀하게 번역한 열림원본이 나왔다고 해서 반가웠는데 더욱이 독특한 화풍의 찰스 키핑의 그림이 삽화로 들어간 588페이지의 방대한 책으로 나왔다. 양장본의 겉커버도 지문이 잘 묻지 않을 것 같은 반닥이는 재질이어서 맘에 들었고 껍데기를 벗기면 양장본 자체에도 삽화가 들어가 있어서 소장본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어서 드라큘라를 읽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열림원판이다.

밤에 혼자서 읽는 맛이 그만이었는데 1900년도 아닌 1890년대 후반에 지어진 작품이 어떻게 지금 읽어도 이렇게 생생하며 두려울 수 있을까? 보통 그때의 작품들을 간혹 읽어보면 너무 고풍스럽고 재미가 없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책은 백이십년 가까이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책인 것이다. 저자가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이야기와 반 헬싱 같은 뱀파이어 사냥꾼의 이야기까지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텍스트가 되풀이될 정도로 선구적인 연구라면 연구랄 수 있는 방대한 지식과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이 책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이지만 다소 나약한 조나단 하커의 일기와 그의 약혼녀 미나의 일기, 그리고 루시가 미나에게 보내는 편지, 수어드 박사의 일기와 수어드 박사가 반 헬싱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등 모든 일기와 편지로 인한 시점의 변화에도 완벽한 스토리를 지닐 수 있는 건 역시 저자의 대단한 재능이다. 정말 밤에 혼자서 읽기에 어찌나 오싹하던지. 찰스 키핑의 삽화가 큰 한몫을 했다. 너무 무시무시했다. 그래서 읽는 맛이 더 났다고나 할까...마치 영화를 보면서 책을 읽는 기분을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여인을 이렇게 무섭게 그리고 드라큘라의 모습을 이렇게까지 기이하게 그릴 수 있다니. 자녀들이 볼까봐 높은 곳에 숨겨두고 혼자 읽을 만한 삽화들이지만 성인에게는 이만한 삽화도 없을 것 같다. 오래된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생생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여름에 그 어떤 스릴러 책보다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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