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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코리안 델리 -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
벤 라이더 하우 지음, 이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실화를 매우 좋아한다. 자서전 형식의 책도 좋아한다. 다만 그 책이 유머도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었다. 6년전인가 2003년도쯤에 실제로 델리를 오픈해서 일년 가까이 운영해 본 적이 있는 남자가 지은 책이다. 서른 초반의 백인사위(현재는 서른 후반이겠다) 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델리 오픈기로 시작되어서 감동과 유머로 버무린 이야기라서 429 페이지이지만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마침 그 시기에 읽던 다른 책에서 한 소설가가 뉴욕을 방문해서 한 유명한 델리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델리는 완전히 샌드위치나 간단한 음식을 파는 전문화되고 넓은 음식점이었다. 헌데 여기에서의 델리는 잡화점이다. 담배나 술 그리고 생활용품도 팔고 커피와 간단한 칠면조 샌드위치도 파는 몇사람 드나들기도 힘든 그러나 창고도 딸려 있고 그 창고의 끝엔 화장실이 있어서 급한 볼일이 있는 손님들이 화장실까지 이용할 수 있는 그런 비좁고 복닥거리는 델리. 뉴욕에는 이런 델리가 수없이 많다고 한다. 앞서 쓴 음식점 형태의 델리까지 합쳐서 그런가 보다.
뉴욕을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으니 상상만으로 이 책을 읽은 셈인데 미국드라마 등에서 보았던 거리를 상상하며 읽어나갔더니 더욱 흥미진진했다. 이민자들의 속내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델리는 주로 이민자들이 꾸려나가는 곳이어서 아랍, 남미, 아시아 등의 사람들의 애환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앞서 제목 다음의 페이지에서 특별히 드웨인 라이트(1968~2009) 영전에 라는 문구로 시작되는데 이 백인사위와 한국인 장모인 케이 그리고 그녀의 딸 개브가 처음으로 꾸려 본 델리에서 빠질 수 없는 식구였던 드웨인이 2009년에 동맥류 파열로 세상을 떠난 이야기까지 뒷부분에 써 있어서 대체 누구일까 라는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파리 리뷰(문예 계간지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명망이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서 편집자로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유유자적한 삶을 살던 벤은 자신의 보스인 조지 플림튼(저명한 작가이자 편집자, 사교계의 명사. 그의 장례식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며칠에 걸려 연락을 해야 할 정도였으니..) 이 델리 일 때문에 동분서주하느라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못하던 자신을 해고할 줄 알았지만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한국인 장모 케이와 가족들을 위해 늘 밖에서 차로 돌아다니는 에어컨 수리자인 말없는 장인 에드워드, 그리고 한국인 2세 아내인 개브의 미국에서의 삶에 함께 동참하는 생활 이야기는 언제 읽어보아도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우습기도 하고 재치만점으로 그려졌다. 실제 그들의 삶은 아마 굉징히 힘든 나날이었겠지만 말이다. 드디어 델리를 인수하고 인수한 후에도 역시나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들이 빵빵 터진다. 과연 어떻게 수습하나 할 정도로.. 아마 나 같으면 그런 생활은 하루도 힘들었을 것이다. 새벽에 강도도 조심해야 하고 손님들이 여럿 들어와서는 자기네들끼리 tv를 보며 주인을 오히려 무시하지 않나 정말 요절복통 우스운 상황과 안타까울 정도로 가슴 아픈 상황들이 (그 순간마저도 유머스럽게 그려낼 때도 있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델리를 인수하기 전부터 그 후의 이야기까지 2년 남짓한 기록이 영화계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니 영화화 된다면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인 내용일 것 같다. 영화가 개봉된다면 꼭 보러 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