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골든슬럼버'라는 영화를 보고 아직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을 읽기 전이었음에도 반한 느낌이었다. 골든슬럼버, 사신치바, 마왕, 그래스호퍼등을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와는 또 다른 일본소설계의 한 축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골든슬럼버를 비롯해서 여덟 작품이 영화화되었고 '마왕'을 비롯한 일곱 작품이 만화로 출간된 것만 보아도 일본 독자들이 얼마나 열광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독자인 나로서는 역시 대단하다, 너무나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일본 독자들이 어디에 어느 부분을 그토록 좋아하는지에 대해서까지는 파악을 할 수가 없었다. 외국인의 한계이리라. 그럼에도 가독성이나 내용면에서는 비슷한 한국작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것 같다. 다른 분들의 서평을 보니 다들 비슷하게 읽은 것 같다. 왕자라는 중학생의 작은 루시퍼같은 면모, 알콜중독자인 기무라와 그의 아들 와타루의 안타까운 사연, 레몬과 밀감의 마치 만담을 보는 듯한 장면전환, 무당벌레 '나나오' 의 지독한 불운은 웃음마저 자아낸다. 실제로는 진지하기 이를 데 없는 작품인데 순간순간 개그적인 요소들이 충만하기도 하다. 예전에 한국영화 '킬러들의 수다' 에서 느꼈던 실제로는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킬러들의 세계가 아무렇지도 않게 오히려 귀엽게 다가오기도 하는 것이다. 


 
도입부분부터 중간까지 쉴 새 없이 기대감을 부풀리며 엄청난 가독성을 보여준다. 헌데 이제 어느 정도 패턴을 알 것 같자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실제로는 전혀 느려지지 않는다. 읽는 사람이 피로감을 살짝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무려 595페이지이다. 하루에 다 읽지 말고 며칠에 나눠서 읽어야만 하겠지만 그리 되질 않았다. 그리고 중간부분부터 뒷부분까지의 엎치락 뒷치락적인 요소들에 정신이 없어질 정도였다. 이 역시 작가의 의도된 전략인 것 같다. 하지만 왕자가 장광설을 늘어놓는 부분이나 르완다의 같은 민족끼리의 학살사건이나 살인이 허용되지 않는 이유라든지 공포로 의한 집단행동이나 도망갈 수 있는데도 도망가지 않는 감금자의 학습성 무력감이나 알코올 의존증이 A10이라는 신경에 쉽게 쾌락을 선사하기 때문에 쉴 새 없이 스위치를 누르는 실험을 했던 사람처럼 계속 알코올을 섭취하게 된다는 논리를 설명하는 부분이나 현 정치적 문제까지 책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이론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헌데 그것이 설교하는 듯이 우리에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왕자의 행동이나 기무라의 행동 등 소설속에서 복선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여튼 그 부분마저도 이 소설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며 재미있게 읽힌다. 소설을 다 읽고 이사카 고타로가 참고로 한 문헌을 공개한 페이지를 읽자 고개가 끄덕여졌다. 얼마나 많은 자료를 읽고 이 소설에 적절히 쓰였는지 예를 들면 레몬이 늘 이야기하고 다니는 토마스 기관차의 기차들의 이야기는 그 애니메이션과 등장인물을 모두 마니아수준으로 알고 있어야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이라 놀라웠다. 레몬이 토마스 카드의 스티커들로 둘도 없는 동료인 밀감에게 힌트를 주는 부분에서는 감동마저 느껴졌다.
  


킬러들의 성격과 과거의 중요사건들을 다른 킬러를 통해서 확인하게 되는 부분 등 소설속의 재미있는 장치로 인해서 킬러들이 마치 살아있는 인물들처럼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다. 바로 그 점이 이사카 고타로만의 매력인 것 같다. 킬러들의 배후가 되는 거물들의 대한 이야기들도 역시 궁금증을 자아내어 서로가 얼마나 잔인한지 바로 그 사건이 진짜 있었던 일인지 궁금해 할때에는 나도 모르게 소설속에 나도 풍덩 들어간 것 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새 내가 신참 킬러가 되어 귀기울이고 있었다. 저 소문이 진짜일까? 하면서.. 얽히고 설킨 타래를 풀어나가는 뒷부분과 6년전의 소설 '그래스호퍼'에서 나왔던 킬러들의 등장은 너무나 센스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들은 누구일까. 왜 제목이 마리아비틀일까. 제목만큼은 아직도 아리송하지만 다 읽고 나니 알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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