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설가의 고백 -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장미의 이름' 의 움베르토 에코. 그에 대한 수식어는 너무나 많아서 언제나 경외스런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도 그는 가끔 에세이같은 글로 솔직하면서도 가벼운 글쓰기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준다. 그의 유머감각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들에 그의 특유의 종횡무진하는 지적 능력을 또 한 번 확인하며 감탄하게 하는 그런 글쓰기 말이다. 이번 '젊은 소설가의 고백'도 그런 차원에서 아주 기대가 되었던 책이었다. 생각보다는 진지하며 자신이 여태 써 온 소설에 대한 여러가지 뒷이야기랄까 그런 부분들을 담아내며 자신의 글쓰기의 결과물에 대한 무지한 독자들이나 기자들에게 항변내지는 변명이라고 할 수 있는 글들을 써내려갔다.

'장미의 이름'이 1980년에 최초로 출간되었다니 그렇게나 오래되었단 말인가. 내가 이 책을 읽고 영화를 본 것이 199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지금 에코의 나이가 일흔이 훌쩍 넘었으니까 '젊은 소설가' 는 아닌데 지금까지 다섯 편의 소설을 출판하고 앞으로도 50년 동안 훨씬 더 많은 책을 써내려갈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썼다니 그의 유머감각은 역시 녹슬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건강함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활발히 써 갈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들은 것 같아서 설레기도 했다. '장미의 이름' 같은 소설을 다시 한 번만 읽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바우돌리노'도 읽어보았지만 '장미의 이름'에는 미치지 못했다. 장미의 이름을 능가할 작품을 꼭 써주실 것이라 믿는다.

'장미의 이름'은 그의 첫 소설 데뷔작이다. 정말 놀라운 사실이다. 열 번 정도 소설을 썼을때 나오는 걸작같아서 말이다.(죽기전에 이런 책을 못 내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원래 미학자로서 언어학자이자 기호학자, 역사학자로서 중세 시대를 통달하고 있었기에 '장미의 이름'은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 빠른 시간내에 써졌다고 한다. 천재라고만 생각했는데 그의 다른 작품은 길게는 8년만에 써 낸 작품도 있고 (구상에서 조사하고 글을 완성하고 출판하기까지) 대부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을 처음으로 알았다. 움베르토 에코의 팬이라면 이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장미의 이름'을 읽고 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치 성경속의 의미들을 캐내는 사람들처럼 별로 의미없이 적은 문구까지 하나하나 파헤쳐서 거의 '다빈치 코드' 수준으로 만들어 그에게 메일을 보내어 질문을 해댔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혹은 다른 매체에서 기사나 칼럼으로 공격 비슷한 글을 쓰기도 하고 말이다. 그 모든 당황스런 질문들을 그답게 유머러스하게 처리하면서 우리에게 시원한 답을 준다.

그리고 '전날의 섬' 이나 '푸코의 진자' 등을 쓸 당시에 얼마나 철저하게 현장검증을 하며 실제로 걷기도 하고 시간 그대로 소설에 기록을 하면서 그곳에 나오는 장소에서 하루밤을 보내기도 하고 날짜변경선을 실제로 겪어보았는지 얼마나 노력한 글쓰기였는지 처음으로 알 수 있어서 움베르토 에코에게 또 한 번 반했다. 그저 천재라서 그까이거 대충 써도 나오는 작품이 아니라 그도 엄청난 노력과 집중을 해서 오랜 시간이 걸려서 나오는 잉태와 출산의 고통을 겪은 작품이었다는 걸... 하지만 그는 결코 엄살을 부리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그의 시간과 노력을 보여줄 뿐이다. 다시 한 번 쓰지만 그의 작품을 거의 다 읽은 분들에겐 엄청나게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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