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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의 부활 ㅣ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3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글, 안토니오 산토스 그림, 남진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앵무새의 부활은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답게 전해주는 메세지가 심오합니다. 어느 날 호기심 많은 앵무새가 뜨거운 스프를 구경하다가 그만 냄비에 빠져 죽습니다. 앵무새의 주인이자 친구였던 소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오렌지는 그런 소녀를 달래기 위해 스스로 껍질을 깝니다. 즉 오렌지로서도 죽는 것이지요. 불은 자신때문에 앵무새가 죽은 것 같고 이 모든 일이 생긴 것 같아서 스스로 꺼져가고 돌은 부끄러워하며 사라집니다. 나무는 더 이상 잎이 없고 바람은 이 슬픈 소식을 하늘에 전합니다. 하늘은 하얗게 질립니다. 하얗게 질린 하늘을 한 신사가 바라보고 이 모든 일을 알고는 슬픔에 입을 다뭅니다.
이 그림책은 외견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친구의 소중함과 하나의 죽음에 모두가 애통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울 것입니다. 성인들은 좀 더 생각이 많아질 겁니다. 거대한 조직이나 정치의 모순되고 잘못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입을 다물어야 하는 보통 인간들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아~ 하고 크게 입을 벌리고 눈을 뜨고 보던 신사가 이내 눈을 감고 입을 오므리며 작게 닫아버린 것처럼요..
지나가던 아프리카 추장같은 사람이 이 모든 일을 묻고 알게 되고는 (실은 도자기를 빚는 사람이었습니다.) 모두의 슬픔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슬픔을 정성껏 빛었는데 빚은 것은 바로 앵무새였습니다. 처음에 죽은 앵무새보다 더 찬란하고 아름다워 보였어요. 그도 그럴 것이 불꽃의 빨간색 깃털과 하늘의 파란색 깃털, 나뭇잎의 초록색 깃털과 오렌지의 황금빛을 가진 부리를 가졌고 인간의 말을 가지게 되었고 눈물과 세상을 향해 열린 창문까지 갖게 된 앵무새였습니다. 앵무새의 부활이라는 제목이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목각을 해서 색감을 정말 아름답게 입히고 사진을 찍은 기술과 어느 것이 사진인지 물감으로 그린 그림인지 모를 정도로 입체적이면서도 회화적입니다. 아이들은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면서 자란다고 하는데 이 책도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