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견학용의 책이 아닌 성인들을 위한 미술산책 가이드가 나왔다. 서울에서 볼 수 있는 미술관들을 대신 순례하는 기분이 들었다. 언젠가는 한 군데씩 가보겠다는 결심을 하며 한장 한장 기분좋게 넘겨나갔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겉표지만 봐서는 가이드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한 곳의 건물을 멋있게 찍어서 전체 표지로, 표지를 다 펼쳤을때 멋진 하나의 미술관 표지가 되도록 디자인되었더라면 이 책은 눈에 더 잘 띄였을 것이다. 그 점이 조금 안타까웠다. 그러나 목차만 보아도 이 책은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다. 미술에 조금씩 물드는 기분과 우리 문화유산을 한눈에 보여주며 필자 또한 미술 감상이 처음부터 쉬웠다는 것은 아니라는 머리말을 읽으며 용기를 얻었다. 사실 초등학교 고학년인 딸과 미술관 나들이를 하기 위해 이 책을 골랐던 것인데 아이들용 책은 아이들에게 어른용 책은 어른들에게 라는 엉뚱한 말이 스스로 떠오를 정도로 엄마가 먼저 읽고 나들이 코스를 정하기에 아주 적합한 책이었다. 가보지 않고도 대충 어떤 느낌인지 모두 사진으로 글로 설명이 되어 있어서 말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1층 중앙홀은 온통 그린빛으로 황홀할 정도였으며 (물론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2010년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박기원씨의 작품이란다.) 조각공원도 잘 소개해 주고 있다. 덕수궁미술관 전경과 소개도 역시 볼만했다. 또하나 알게 된 사실은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 말고도 서울에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이다. 과천까지 가기 힘들어서 아직 못 가고 있었는데 정말 희소식이었다.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의 외관도 멋있었고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입구에 설치된 그 유명한 '마망'도 역시 볼 수 있다. 우리의 소중한 멋을 간직한 간송미술관에도 여러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예술의 전당내의 디자인 미술관 그리고 아트센터 나비등의 소개로 늘 생각뿐이었던 미술관 순례에 박차를 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창동과 인사동에 위치한 작은 미술관들과 큰 미술관들, 백화점에도 찾아보면 미술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대학 캠퍼스 안에도 숨어 있다. 이렇듯 찾아만 보면 서울안에도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골라서 하나씩 가보기로 결심했다. 각 미술관마다 어떤 특성이 있는지 너무나 잘 나와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미술이란 직업의 세계와 미술감상법까지 부록처럼 당당히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으니 미술관을 순례하려는 사람들에겐 정말 단비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