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본능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전작 <살인의 해석>을 독특하게 읽은지라 후속작을 무척 기다려왔다. 제드 러벤펠드의 후속작인 <죽음본능> 은 역시 기대한 만큼 멋진 작품이었다. 예일대 법학교수이면서 미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양육법을 가지고 있던 '타이거 마더'의 저자이자 역시 유명한 예일대 교수인 '에이미 추아'가 아내인데 그녀의 책 '타이거 마더'를 읽어보면 남편의 책 덕분에 파티에 참석하고 바쁜 나날을 보냈던 일화가 소개되고 있어서 정말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영거교수와 프로이트 박사, 뉴욕의 베테랑 형사인 리틀모어가 등장한다. 소설의 첫부분에서 오랜만에 해후하는 영거박사와 리틀모어 형사 그리고 영거의 연인 콜레트 양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만나던 바로 그 곳 월 가에서 엄청난 폭발이 발생하고 순식간에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당시로서는 최초의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폭발사고였는데 중간에 유나바머의 연쇄살인인과도 같은 작은 폭발 사건이외에는 9.11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가장 컸던 사건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근처를 가보면 당시 폭발때문에 생긴 파편이나 건물의 파임등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실제로 일어났던 1920년 9월 16일에 일어났던 월 가 폭발 사건과 함께 라듐에 피폭된 근처 공장의 여공들이 실화가 아주 그럴 듯하게 프로이트와 영거와 그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콜레트 양과 콜레트의 열살짜리 동생 뤽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이다. 리틀모어 형사와 함께. 그래서 소설은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가 허구인지 헷갈릴 정도로 세심한 조사와 당시 시대상을 잘 다루고 있다. 특히 1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과 미국의 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영거박사와 콜레트양은 1차 세계대전에서 만난 사이로 서로 무언가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채 사귀고 있다. 그녀는 한스 그루버라는 독일인을 흠모하며 찾고 있고 한번은 꼭 만나려고 하고 있는데 영거는 그런 그녀를 질투하기도 하며 순식간에 위험속에 빠져드는 그녀를 몇 번이나 구하게 된다. 과연 '한스 그루버'의 정체는 무엇인가?  콜레트의 남동생 뤽은 마음속 상처를 간직한 채 말을 잃어버렸다. 그런 원인들을 프로이트 박사는 상담을 통해서 알아내려 하고 콜레트 남매의 기구한 삶의 궤적들이 하나하나 들어나게 되는데...

프로이트 박사의 <죽음본능>이라는 이론이 이 책에서 역시 잘 녹아나 있다. 그리고 월 가의 폭발 사건은 어떤 음모이론처럼 여러가지 설에 의지하며 실제로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 배경에 의해서 의심스러운 일들이 생겨나고 결론지어진다. 그리고 콜레트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아멜리아나 그런 여공들은 실제 인물이며 역시 이 소설속에 실화와 허구속에서 세밀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당대 유명한 사람인 퀴리부인, 프로이트가 등장하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제드 러벤펠드는 허무한 사랑놀음같은 로맨스에서 벗어나 아주 치밀하게 소설을 쓰는 사람같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이 소설이 영거와 콜레트의 인디아나 존스같은 모험과 사랑이야기식으로 전개가 되었다면 그저 그런 소설로 치부되었을 것이다. 물론 내 마음속에서. 이 책의 진지함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읽어나갔다. 소설의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반전들은 더욱 소설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