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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 도서 시장을 '빅 픽처'로 강타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또 다른 신간(사실 신간은 아니다. 이미 2003년도에 발표된 책이지만 한국에 이제야 소개가 되는 것이다.) 장편소설 <위험한 관계>, 사실 빅 픽처를 읽지 않았지만 몹시도 읽고 싶었던 책이라 이 책도 기대가 많이 되었었다. 도대체 어떤 소설을 쓰는 작가이길래 이토록 인기가 많을까 하며..
처음 소설을 들자 마자 소설에 빠져들었다는 말은 이 책에 쓸 수 있는 말이다. 정말이지 그랬으니까. 소설을 들고 정오를 지나고 저녁까지 이 책을 손에 놓을 수 없었다. 중간중간 아이들 케어도 하면서 저녁을 먹이고 설거지 할 시간이 아까워서 이 책부터 읽었으니 말이다. 어느 평범한, 아니 주인공들이 평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랑을 하고 연인이 되는 것은 사람으로서 아주 평범한 일이니까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샐리와 토니 역시 이집트 카이로에서 취재기자로 주재를 하면서 소말리아에서 극적으로 만나 위험한 상황을 함께 겪어내면서 사랑을 키웠으며 카이로에 돌아와서는 본격적으로 연인이 되었다. 여기까지도 어찌나 흥미로운지 모른다. 정말 재미있다. 이후에 갑자기 런던으로 돌아가 본사에서 팀장을 맡게 된 토니 그리고 갑작스럽게 임신 사실을 안 샐리는 자연스럽게 결혼을 거론하게 되면서 결혼을 하고 둘이 함께 런던으로 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행복한 신혼생활을 즐기게- 라고 하기엔 처음부터 갑자기 묘하게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그 불안감은 이내 적중된다. 샐리는 여전히 활발하게 일하는 게다가 글까지 쓰겠다고 하는 남편 토니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자신 혼자 집의 인테리어를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임신기간 내내 힘들고 일은 일대로 하고 거기에 고혈압 증세로 인한 엄청난 가려움증에 시달리고.. 그 때마다 토니는 한 박자씩 늦게 나타나 위로를 하기는 하지만 어딘지 둘은 점점 멀어져 가는 느낌이 독자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샐리의 언니가 되는 것처럼 안타까워진다.
그 정점은 샐리가 제왕절개로 급하게 아이를 출산하게 되면서이다.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제왕절개를 하게 된 불안감과 당혹감 불쾌감에서부터 아기의 뇌가 손상되었을지 모른다는 병원의 설명에 신생아 중환자실에 올라간 아기를 생각하고 그 와중에도 글을 쓰겠다며 방해받기를 원치 않는 토니는 이내 서재로 틀어박히고...여기까지 전혀 스릴러이지 않은 책이 이상한 긴장감을 갖게 된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묘한 매력이다. 묘한 긴장감, 팽팽하게 당겨진 줄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그런 불안감과 이상한 전조들...결국 샐리는 히스테리를 부리다 못해 정신병원에 갇히기까지 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다 수면제를 복용하고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아기에게 수유를 했다가 아기가 일시적으로 축 늘어지게 된 것을 토니가 발견하고 잠을 자지 못하고 먹지도 못했던 아내를 위해 병원에 데려갔고 의사는 심각한 마음의 병이 원인이 되어 음식을 거부하고 불면의 밤이 오는 것으로 판단하고 그녀를 강제로 병원에 수용하여 먹게끔 한 것이다. 이 과정에는 하등 이상한 것은 없다. 그대로 두었다면 그녀는 계속 잠을 자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재우고 우는 아기를 달래다가 아마도 폭발했을 것이다. 아기에게 상해를 가했을 수도 있으며 자신이 자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임신을 하고 신생아를 키워 본 엄마들은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잠을 잘수도 제대로 자신을 돌볼 수도 없는데 남편은 나몰라라 하고 아기는 계속 울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소설은 그런 여러가지를 기가막히게 잘 서술하고 묘사하고 있다. 과연 이 책이 남자가 지은 책인가 할 정도로...
소설은 이내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그 부분까지 적게 되면 소설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까 이만 적겠다. 더글라스 케네디...내 스탈이다. 그의 다른 작품인 <빅 픽처> 부터 바로 찾아 읽고(사실 집에 이미 구입을 해 놓았다.) 그리고 나서는 그의 또 다른 작품이 출간되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