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주는 위안
피에르 슐츠 지음, 허봉금 옮김 / 초록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개를 무서워한다. 아주 작은 개까지도. 그러던 내가 약간은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먹을수록 지나가는 개가 사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 <개가 주는 위안> 의 표지에서 보이는 것처럼 귀엽고 여리게 생긴 개라면..약간 내성적(?)인 개라면..하지만 여전히 발랄하게 거리를 통통뛰어다니며 주인까지 힘들게 하는 개는 작아도 무섭다. 가까이 오는 것 같기만 해도 온몸이 얼어붙는다. 나의 개공포증은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시절 단독주택에 살았는데 우리집 짧은 골목길 맨 안쪽집에서 사나운 개가 하교길의 나를 보고 무섭게 짖거나 했는데 어느날은 너무 무서워서 막 뛰어서 도망쳤는데 이 개가 내 스타킹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다행히 다리까지 물리지는 않은 것이 나중에 성인이 되고 나니 정말 천만다행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부터 더욱 무서워 했던 것 같다. 잘못하면 얼굴까지 물어뜯는다고 하는데...그래서 아무리 얌전하다고 해도 나는 믿지 않는다. 그런데 내 첫 아이는 개를 무척 좋아한다. 낯선 개는 얼굴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고 해도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나도 골든 리트리버처럼 듬직한 개는 키우고 싶고 정을 주고 싶다. 어쨌든 심각한 개공포증을 가지고 있어도 개를 사랑하고 싶고 개에게 사랑받고 싶은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는 인간에게 정말 동물 이상의 어떤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애견인이 아님에도 이런 생각이 드니 말이다. 이 책 <개가 주는 위안> 은 그런 모든 의미들을 심리적으로 밝히고 인간의 역사속에서 되짚어 낸다.
 
지금의 사랑받는 개들은 유행이라는 것도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종자들은 인간들이 의도적으로 교배를 해서 지금의 개들이 탄생한 것이라는 것도. 인간들은 개에게서 위안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낯 가리고 난폭한 개들은 점차 사라지고 얌전하고 사랑스러운 개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개들은 인간과 함께 살면서 이심전심이 통하게 되고 감정기능이 인간에게 동화된다는 것도 놀라웠다. 그리고 개들이 인간보다 더 우울증을 잘 겪는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사실 개를 가까이 해 본 적이 없어서 개가 그런 감정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그런데 얼마전에 '남자의 자격'이라는 코너에서 유기견들이 인간을 피하고 인간의 우울증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을때 놀랐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개들 역시 인간처런 섬세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개는 다정다감하고 깊은 충성심을 겉으로 표현할 줄 알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사회화와 웰빙의 원천이 된다. 개가 사람에게 제공해 주는 혜택은 그 어떤 것으로도, (특히)텔레비전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 82p.
 
이처럼 개들은 무기력한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같은 것을 앓는 인간에게도 큰 도움을 준다. 주인보다 앞서서 갈 길을 정해주며 '자 앞으로 나아갑시다!' 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개들은 동기에 안정감을 부여해서 사람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쓸데없이 고민하는 일을 줄어들게 한다고 한다. 아마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토록 개들이 사람에게 큰 위안과 도움을 주는 줄 미처 몰랐었다. 나 역시 막연하게 내가 늙어서 남편도 죽고 혼자가 된다면 개를 키워야 할까보다. 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책은 개가 어디서 왔는지 그 역사적인 고증과 여러 의인화의 사례까지 보여주고 있어서 읽는 내내 흥미롭다. 특히 애견인이라면 개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왜 내가 개에게 큰 위안을 받는지 매커니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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