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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지식인의 서재는 나의 말라버린 때묻고 어두운 가슴을 지핀 책이다. 요즘의 나의 독서는 허기진 배속을 그저 채우는 음식과도 같은 식이었다. 그저 아무거나 마시고 먹고 그리고 그것을 내 것으로 내 속으로 소화시키려는 노력이 생략된 채 또 다른 책으로 점프하는 식이다. '지식인의 서재' 로 점프했을 때는 드디어 폭주를 멈출 수 있었다.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삐딱하게 앉았던 자세가 바로 펴지고 건성으로 읽으려 했다가 집중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특히 내가 좋았던 지식인의 서재는 조국 교수와 장진 감독의 서재였다. 그 밖에 많은 지식인의 서재를 소개하고 있는데 대충 한 페이지에 소개만 하고 끝나는 글이 아닌 아주 심도있는 대화를 즐기는 그런 인터뷰가 공존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보았다. 글 한정원. 물론 말을 한 주체는 인터뷰이지만 인터뷰어가 골라 낸 질문과 책에 실을 대답을 골라내는 것도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14년차 베테랑 방송작가란다.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책에 몰두해서.. 장진 감독의 서재에서 오래 머물렀다.
내가 특히 장진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항상 웃는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 즉 외모때문이었다. 시나리오 작업과 감독을 병행하며 이번에는 모 방송사에서 '코리아 갓 탈렌트'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얼굴을 비추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읽었다. 그곳, 그 서재에서 생각지도 못한 보물들을 발견한 느낌이다. 실제로 달변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책에서 그가 하는 말들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 이런 말을 누가 했는데,무슨 방송에서 누가 이랬는데 말이야 하며 바로 요 며칠동안 읽은 책에서 생각나는 대로 말하던 나였는데 장진 감독은 누가 그런 식으로 남의 글귀를 인용하려고 하면 피해버린단다. 자신의 말과 생각으로 삼아서 다시 재창조를 하던지 자신화해서 말을 한다던지 그 사람만의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 인터뷰에서 정말 섬광같은 가르침을 얻은 기분이었다.
시를 즐겨 읽는다는 장진 감독이 소개해 준 시도 역시 감전된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정말 시도 멀리 하고 생각자체를 멀리 하고 살았구나. 나만이 생각할 수 있는 생각, 글로 표현하고 싶은 그 욕구들을 끝까지 붙잡지 못하고 흘려버렸던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최초로 들었을 정도였다. 이 책은 아마도 계속해서 나를 깨우는 책이 될 것이다. 앞으로 시도 읽고 자아를 향한 집중의 시간들을 가져봐야 겠다는 절실한 마음이 든다. 세상의 누구든 나보다 잘났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타인을 탓하기전에 나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집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서재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 일일이 다 언급할 수가 없어서 장진 감독의 서재에서 느꼈던 감정들만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