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서재

이건희의 서재 - 고독, 몰입, 독서로 미래를 창조하라
안상헌 지음 / 책비 / 2011년 5월

처음에 이 책을 보았을 때 진짜 이건희의 서재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읽은 '지식인의 서재'처럼 직접 서재를 취재하고 인터뷰한 책인 줄 알았지만 자기계발서였다. 이건희씨에 대한 분석과 그가 읽었을 법한 책들 그리고 고독과 몰입과 독서에 관한 자기계발서였다. 처음엔 엇 그게 아니었네 하긴 어떻게 이건희가 인터뷰를 했겠어 하며 피식 웃었지만 읽어나가면서 저자는 나름대로 아주 진지하게 그가 읽었을 법한 책들을 골라내고 이건희의 인생과 삼성의 변화와 혁신에 주목해서 그 둘의 관계를 차근차근 조립해 나가듯이 써 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용면에서도 꼭 필요한 자기계발서로서 금방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혼자서는 알 수 없었던 이건희씨의 어린 시절, 과묵한 성격, 거의 표정변화없는 얼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철저한 자신과의 시간등에 대해서 새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엄청난 가격의 자동차를 혼자서 레이싱을 즐기고 승마에 한번 독서에 취하면 24시간 이상을 책만 읽을 정도였다는, 이 책에서 알음알음 알게 되는 이야기들은 또 많다면 많다. 
미국에서 대형 마트에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삼성의 전자제품을 보고 충격을 받고 그 뒤로 경영진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쇄신을 명했다는 일이나 쇄신이 어렵다는 임원진들 앞에서 티스푼을 던지고 나갔다는 일화는 조용하면서 과묵한 그의 성격에 한번씩 사람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수없이 많은 이야기와 몰입과 고독의 순간을 그려내고 관련된 여러 책을 소개해서 그 책까지 우리가 소화하게 하는 좋은 독서의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국민의 소비로 이만큼 큰 기업에서 탈세를 한다든지 권력승계를 직계로만 한다던지 반도체 공장 등 노동자의 건강상의 문제나 처우개선에 있어서 무조건 찬양할 일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불편한 진실을 잠시 떠나, 있을 법한 이건희의 서재를 읽는 것은 그래도 즐거운 독서였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유명한 <몰입(Flow)>, 라이오넬 피셔의 <혼자라는 즐거움>, 경영혁신에 있어서 바이블 같은 존 코터의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기술> 같은 책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