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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브론테의 비밀 일기
시리 제임스 지음, 노은정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이나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허나 그 브론테들이 자매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놀라웠고 그들이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사실을 알았을때는 더 놀라게 되며 거의 첫 작품으로 21세기인 지금까지 명작에 항상 오르는 소설들이고 무수히 영화화나 드라마화 된 이 소설의 작가라는 사실에 새삼 경외감이 든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리고 이제 또 한 명의 젊은 여성 작가가 샬럿 브론테의 일기와 편지를 입수하고 밤을 새워 읽어가며 시간대별로 정리하고 브론테가 자란 환경과 브론테에 관한 모든 것을 조사하며 또 하나의 멋진 소설을 완성한다. 바로 이 책 <샬럿 브론테의 비밀일기> 말이다. 시리 제임스도 나와 마찬가지의 궁금증이 피어났던 것이다. 어떻게 샬럿 브론테라는 영국 요크셔 지방의 목사관에서 자란 젊은 여성이 <제인 에어>를 쓰게 되었고 그것도 모자라 그녀의 동생들도 유명한 작가들이었고 샬럿 자신의 인생은 어떠했을까? 샬럿은 평생 네 번의 청혼을 받았고 그 가운데에 벨 니콜스라는 인물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니콜스는 샬럿아버지의 밑에 있던 목사보여서 샬럿의 이웃집에서 8년간이나 살았고 브론테 일가와 거의 매일 접촉했으며 용기를 내어 샬럿에게 청혼하기 오래전부터 그녀를 흠모해 온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샬럿은 그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을 했을지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바로 이 청혼을 받고 난 후의 시점부터는 작가의 완벽한 상상이리라. 그 결혼 이야기는 시리 제임스가 나름대로 조사하고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생각한다. 샬럿이라면 썼을 것이라는 문체와 시간의 흐름을 사용하여 글쓰기를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샬럿과 니콜스씨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처럼 티격태격하며 두근거리는 장면들이 많았던 것 같다.
두꺼운 책이지만 금방 술술 넘어가며 브론테 자매들의 일상들 속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녀들의 아픈 곳이 있다면 병으로 일찍 죽은 엄마 마리아 브랜웰과 언니인 마리아와 엘리자베스의 사망 사건으로 어린 시절부터 죽음과 항상 가까웠던 것 같다. 어린 그녀들은 어떤 심정으로 살아갔을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남동생인 브랜웰은 잘생긴 청년으로 연애사건도 몇 번 일으켰지만 괴팍하고 정신병에 걸려서 술에 취하면 자매들과 아버지까지 위협하는 사람으로 이 책에서는 등장한다. 아마 실제로도 그랬으리라. 그랬던 남동생도 병으로 일찍 사망하고 곧이어 여동생인 <폭풍의 언덕> 의 작가인 에밀리 브론테가 폐렴으로 사망하고 또 다른 여류 작가였던 막내 여동생 앤까지 일년에 한 명씩 사망하는 비극적인 가족사가 벌어진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을까. 샬럿 브론테까지 폐렴으로 39세에 사망했으니 폐가 취약한 유전병이 아니었을까. 그녀의 자매 형제들은 모조리 단명을 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들이 모조리 이렇게 죽은 것을 모르지만 그저 작가의 작품만으로 유명해 졌으니 그녀들의 짧은 생애에 이런 작품을 하나씩 남기고 세상을 하직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고 비극적이지만 충격과 놀라움마저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그녀들의 행복했던 책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아버지와 남동생의 이야기, 그리고 니콜스씨와의 오해와 사랑이야기로 채워진다. 제인 에어의 탄생과 인기까지 알 수 있어서 이 책을 읽다보면 실제의 샬럿의 삶을 그대로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리 제임스라는 작가의 힘이리라. 이 책을 읽고 난다면 당연히 <제인 에어>도 읽을 수 밖에 없다. 어렸을 때 다이제스트판으로 짧게 읽었던 것 뿐이라서 제대로 번역된 책으로 지금 구입해 읽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