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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두시의 컬투쇼의 담당 PD이기도 한 작가 이재익님의 소설은 세번째이다. 카시오페아 공주, 압구정 소년들에 이어서 이번 작품도 이재익님만의 향기가 풍기는 책이었다.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그의 소설은 그렇다고 인터넷소설처럼 아주 멋대로이거나 통속적이지 않은 순수문학적인 향기가 나는 작품들이다. 대작가의 글같은 깊이는 없지만 젊은 작가로서의 패기와 이야기꾼으로서는 아주 탁월하다. 서울대 영문과 출신으로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적는 방법은 내가 작가라도 그런 방식으로 글을 쓸 것 같아서 동질감을 느낀다. 물론 명문대 출신은 아니지만 나의 신변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들을 쓸 것 같다. 재수시절의 추억이라든가 은행원 시절의 이야기들을 말이다.
이번 작품은 서울대 그가 다니던 즈음의 이야기일 것이다. 서울대 야구부의 실제 실화와 작가가 상상한 이야기들을 접목시켜서 있을법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1승 1무 265패라는 서울대 야구부의 기록은 실제인 것 같다. 주인공은 바람을 피우다 이혼을 당하고 실직까지 한 미중년의 남자이다. 그는 서울대 출신으로 CJ엔터테인먼트같은 대기업 배급회사에 취직이 되어 늘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일들을 했었다. 그랬던 그를 믿었던 선배가 데리고 나갔으나 투자처에서 받은 돈만 받고 사라진 이후로 그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의사부인을 두고 명품에 벤츠를 몰고 다니던 그가 맨몸으로 길바닥에 나앉게 생긴 셈이다.
그제서야 가정의 소중함과 아들과 아내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그. 이미 늦었지만 이혼 숙려기간동안에 이제부터라도 최선을 다하려 애쓴다. 그는 자신이 잘 아는 대학시절의 야구부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써보기로 결심하고 당시의 야구부에 목숨을 걸던 선배를 찾아 헤맨다. 그 과정에서 이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그 시절 야구부에 몸 담았던 동기들과 후배들을 만나게 되고 그런 이야기들이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이어지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대학시절 야구에 심취했었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 들려주는 프로야구계의 살아있는 전설, 그리고 진짜 전설같은 감동의 실화들을 읽고 있노라면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듯했다. 실제로 눈물도 흘리고 말이다. 야구계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었다. 199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소설에 열광할 것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들도 너무 뿌듯했다. 오래간만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