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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레시피 ㅣ 지하철 시집 2
풀과별 엮음 / 문화발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전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기다릴 일이 많이 생기는데 전철 스크린도어나 기둥에 있는 지하철 시들을 읽게 되면 시선도 잡아맬 수 있고 사색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았던 경험이 많았다. 그리고 또 하나 드는 생각. 도대체 이 시들은 다 어디서 가져온 것일까? 시인들은 누구일까? 궁금해 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희망의 레시피'에 이은 또 하나의 지하철 시집 '사랑의 레시피' 를 또 읽어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편해지는 시간이었기에. 예쁜 책 속에 자리 잡은 시들을 읽어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름 모를 시인에서부터 중국 당나라의 시인 소동파와 두목의 시, 그리고 고려시대의 시인인 정지상의 시, 유명한 시인들의 시까지 스크린 도어에는 많은 시들이 써 있다. 희망의 레시피에 이어 사랑의 레시피는 제목에서도 들어나지만 '사랑'을 주제로 한 시집이다. 사랑을 주제로 한 시집답게 절절한 사랑의 메시지와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이 살아날 것만 같은 시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을 펴 낸 분이 네이버 사이트에 시 카페인 "세상의 모든 시"에서도 이 지하철 시를 올리고 있다고 하니 한 번 구경해 봐야 겠다. 개인적으로는 희망의 레시피보다 이 사랑의 레시피가 더 절절하고 뭐랄까 마음을 파고드는 그 무엇이 있었다. 무명시인들이 내놓는 시들은 어색하지도 않았고 유명한 시인들처럼 입에 착착 감기기도 하고 정말 멋있고 아름답고 예쁜 시들로 가득하다. 물론 별 감흥없는 시들도 있지만.
<당신의 가슴을 향해 던지다 던지다 못 다 던진// 내 가슴에서 한 평생 치우다 치우다 못 다 치운 - 6호선 표창공원앞 김승동> <스치는 바람이리 바람이 스치고 간 희미한 자욱이리 그대 살갑게 왔다 남긴 서릿 자욱 꽃잎 진자리 모지란 가슴이라 추억의 무른 잎 이내 돋우고 마음은 바람 불면 설레는 문풍지 오늘도 철없이 떨고 있네 - 6호선 응암 김상경> 서평이라 이리 썼지만 직접 본 시들은 줄과 줄 사이 여백이 있어서 훨씬 여운이 남는다. 지하철에서 읽는 시라 하나같이 긴 시들은 없다. 짧은 '시'이지만 긴 여운이 남는 것 그것이 시의 힘이리라. 이렇게 아름다운 시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어느 지하철에 실려 있는지조차 모르는 시인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의무라 생각한 이 책의 발행인들은 포털싸이트에 있는 카페에서나마 역별로 노선별로 모두 올렸다 한다. 시를 제출한 시인들은 모두 한번씩 확인해 보셨으면 좋겠다. 2007년부터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부착된 것이라 초기의 작품들은 훼손되기도 하고 맟춤법 오류나 행간의 실수 등 바로잡아야 할 것들도 많아서 이 모두가 그 카페에서 이루어질 일이라 한다. 서울시에서 시작한 일일텐데 책을 발행하는 출판사에서 일일이 이런 일들을 해야 하다니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