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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 a True Story ㅣ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보통 1편보다 나은 2편을 보기가 드문데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편은 1편을 능가하는 책이었다. 벌써부터 3편이 기다려지고 계속 형법 변호사로서 수많은 사건들을 목도하고 어쩔 수 없는 순간에도 변호를 해야만 했던 그의 이야기들을 더 듣고 싶다. 그 어떤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고 드라마같은 이야기이며 때로는 이보다 더 막장스러울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메스꺼운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책의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이 저자의 탁월한 글솜씨와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천재성을 발견할 수 있다.
변호사는 때로는 살인자나 강간용의자들까지도 변호해야 할 때가 있다. 옮긴이가 쓴 것처럼 마피아들의 이야기는 차라리 장난같고 유머같은 이야기이다. 평범한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토록 비밀스럽고 숨겨진 이야기가 많은지.. 그 일선에서 그 일들을 보고 듣고 겪어야만 하는 일선에 있는 경찰과 검찰, 법의학자, 법의관, 그리고 이 책의 저자처럼 변호를 해야만 하는 변호사 그들의 힘든 상황과 심리상태마저 걱정이 될 지경이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들은 저자가 모두 직접 변호를 하거나 저자를 찾아왔던 이야기들이다. 그것을 다시 재구성하고 살을 입힌 것은 저자이지만.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은 변호사는 비밀유지를 해야하는 의무가 있지 않나? 이 에피소드들을 읽다 보면 주변인들이 자기가 아는 사람일 거라는 추측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9명에게 어느 더운 여름날 그것도 평범한 가장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밴드에 소속된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한 열여섯짜리 소녀의 이야기는 차마 읽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단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에? 너무 더워서? 범행을 저지른 그들조차도 왜 그랬는지 설명을 못 하는 일이었다. 원래 인간의 모습은 이런 것일까 하는 무서움마저 들었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이 새삼 맞다.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딸에게 몸에 붙는 옷도 입지 말고 세상 모든 남자들을 경계하라고 남자들이 많은 장소에서는 아르바이트도 하지 말라고 해야 할지..그 소녀는 축제의 현장에서 단지 맥주를 전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의사가 꿈인 소녀였는데 너무나 무참하게 폭행을 당해서 죽을 뻔 했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얼굴의 상처들도 생겼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게다가 용의자들은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 버렸다. 선진국이라는 독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정도이니..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아이들을 정말 보호해주고 이웃집에서라도 관심을 가져야 할때 또 하나의 사건은 일어난다. 아버지의 친구가 부모가 대낮에 술을 마시러 나간 사이에 열네살 소녀를 성폭행해서 임신을 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비슷한 사건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아기를 낳아 죽게 한 소녀를 변호하거나 이런 경우는 당연히 인정이 되지만 강간한 밴드의 남자 중 한 명을 변호하는 등 변호사는 살인자도 변호를 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아이러니를 수도 없이 보여준다. 다 읽고 나서는 찜찜한 구석도 많지만 그의 글솜씨 하나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인간에 대해 이상하게도 이런 범죄와 그 전후 이야기들을 통해서 깊은 성찰을 하게 한다. 어떤 범죄는 우연히 일어나지만 어떤 범죄는 범죄 이전에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간으로서의 이야기 말이다.